한국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일단, 한국근현대음악자료관이란 걸 혼자 머릿속으로 구상다가 구체적으로 제안을 하게 되었고 실행에 도움을 줄 수 있을만한 사람들을 쫒아 다녔다. 계획에 없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뜻밖의 단체 모임에도 여럿 다녀 오기도 했다. 한국을 떠나오기 직전까지 쫓아다닌 결과, 다행히 나의 구상에 힘을 더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의지를 가지고 앞으로 열심히 해 줄 분들도 모이게 되었다. 멀리 있긴 하지만 나 또한 계속 관심을 가지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도와볼 생각이다.
그뿐 아니라, 지난 3년간 개인적으로 해온 노력과 더불어 어렵게 어렵게 모인 미시간 지역 분들과 함께 해온 세월호 관련 활동을 통해 416해외연대 서울포럼 2017년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연과 필연의 협연으로 시청에서 이루어진 서울포럼 제 1차 회의에는 자카르타의 박준영님과 함께 하게 되었다. 그 후, 미국에 돌아와 오늘까지 서울포럼 일로 또 다른 사람들과의 드라마를 쓰고 있는 중이다. 가끔은 감동의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겨우 몇주도 안되 그 짧은 기간 속에 막장드라마도 찍으면서 진행되고 있다.
그 사이에 지난 몇년간 쌓아 왔던 나의 '도'가 바닥이 드러나는 건 아닐까 조마 조마 하기도 했다. 감정에 치우친 화로 더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지 않을까 호흡을 몇번씩 가다듬었다. 현재까지도 내가 얼마나 더 배우고 성숙해 갈까에 집중하려 계속 노력 중이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그간 쌓인 집안의 먼지를 털어 내었다. 곳곳에 자리잡은 거미줄도 털어 내고 가구 위에 앉은 먼지들도 닦아 냈다. 오늘 이렇게 먼지를 닦아내도 이 청결함이 영원히 가는 게 아니다. 일주일, 아니 몇일 후면, 아니 내가 먼지를 닦아낸 바로 그 다음 순간 또다른 먼지가 와서 앉고 몰래 몰래 쌓여갈 테다.
우리 삶의 먼지라는 것도 똑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는 다 비웠을까, 이제는 다 알았을까 싶으면, 새로운 더러운 것이 나에게도 튀어 온다. 나에게 튄 더러움을 털어내고 닦아내지 않으면 나는 시나브로 그 더러운 것 자체가 되어갈 것이다.
무엇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어디에 살든, 어떻게 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 심지를 세우고, 나의 청결을 돌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젖어든 먼지를 잘 닦고 있는지 항상 돌아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싶다. 그래야, 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 더러웠다니....'하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오래된 얼룩이 지워지지 않아 낭패를 보지 않을 수 있겠다.
집안 먼지를 닦으며 마음의 청소를 다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