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를 통해 인간종, 즉 감지 불가능 했던 나 자신의 세포 어딘가에 내재된 아주 비밀스런 역사를 하나 하나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그간에 읽어 왔던 '타인의 고통',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정의를 향해 비틀거리며 가다', '디아스포라의 눈', '코스모스' 등등의 책들을 읽으며 깨닫고 느꼈던 것의 총체를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새해에도 여전히 책을 읽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세 개의 책모임을 이어가는 중이다. 새해에도 여전히 악기를 만지고 있다는 것에도 감사한다. 가능한한 매일 몇 곡을 정해 놓고 피아노를 치고 있고 틈나는 대로 조금씩 렌트한 첼로 연습을 하고 있다. 오십을 앞둔 지금도 여전히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나름 건강하고 나름 평온하다. 책과 악기의 힘이다.
올해는 좀 더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대놓고 나를 구속하는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내 식대로 버리고 꾸미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50부터는 이승이 아닌 이승과 저승의 중간 어디쯤에 살고 싶다.
여전히 목적없는 공부를 사랑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지금까지보다는 덜 흔들리며 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계속 흔들리며 가더라도 상관없다. 어쩌면 그게 나의 본질이었는지도 모르니.
새해에는 미국 시민권을 따게 될 것 같다. 국적이 한국인에서 미국인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 변화에 큰 감정이 일렁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현재로선 그저 이곳에 살다가 저곳으로 이사가는 정도의 의미로 다가올 뿐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은 이곳에서 쓰고 있는 언어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써야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 추가되긴 한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새해라는 건 역시 뭔가 특별하긴 한가보다.
2018년 1월 5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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