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너무 열심히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열심히 살아야 해서가 아니라 매일을 좋아서 살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살아도 될 만큼의 경제적, 육체적 상황이 된다는 것에 감사한다.
감사하면서 누리고 싶다.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버지, 오빠가 나에게 맡겨진 의무가 아니라 두 사람을 돕고 돌봄으로써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어서 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마음이 조금 더 충만해지고 편안해졌다.
자만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가 좋아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려 한다.
또 몇 달이 흘러간다.
그리고 또 몇 달이 흘러 갈 것이다.
오빠와 아버지 관련 일들을 하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공연을 보고, 때마다 돌아오는 식사시간을 행복하고 감사하게 누리며, 목적없는 소중한 시간들을 온전히 느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