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간 쉼없이 쳐온 덕에 바흐 골드베르그 변주곡 32개 전 곡이 이젠 어느 정도 손에 익었다.
이번 기회에 The Well-Tempered Clavier 24개 전 곡을 도전하기로 했다. 24개 전부 일단 악보 읽기를 끝내고 이제 복습을 시작했다.
두 번째 완주는 반을 나누어 하기로 했다. No.1 ~ No.10 까지는 여러번을 완주하였기에, 지금은 No.11부터 마지막 N0.24를 향해 달리고 있다. 오늘은 N0.11~No.19까지 연습했다.
언젠가는 GBV처럼 24개 프렐류드와 푸가를 (총 48곡) 한번에 다 칠 수 있게 되겠지.
GBV와 마찬가지로 WTC도 치는 동안 온갖 감정이 든다.
회환, 사랑, 절망, 환희, 희망, 고통, 행복,... 수많은 다른 감정들이 얽힌다. 바흐의 평균율곡을 치며 지난 세월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나 온 삶을 후회도 하고 위로도 받고, 또 수많은 소중한 시간들을 추억하기도 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생각을 정리하게 되기도 한다.
곡의 높은 예술성이 50여년을 살아오며 상채기 난 내 영혼의 이곳 저곳을 보듬어 주는 것 같다.
요가와 함께 바흐를 공부하게 된 것은 내 생애 후반의 또 다른 감사할 일이다
테크닉적으로도 매일 매일 바흐를 치는게 엄청난 훈련이 되고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왼손의 독립적 타건이 향상 되었다. 대위선율을 듣는 귀도 보전할 수 있게 된듯하다.
바흐의 곡들을 도전하며 유명 산들을 오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 산들을 바라 보는 것도 좋지만, 산을 오르면 산의 나무와 꽃과 가파른 길과 만날 수 있다. 그 면면을 느끼고 산이라는 우주 속의 나의 존재를 맞딱뜨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테다.
바흐의 곡들을 공부하면서 유장하고 험한 산들을 오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Partita도 다시 치고 있다. 작년에 한국에 있으면서 틈틈히 지속했던 도전이 나에게 에너지가 되었는데, 지금은 그 도전이 결실을 맺고 있다. 파르티타 6개 전 곡을 훨씬 수월하게 쳐내고 있다. 6개의 파르티타가 얼마나 다채로우면서도 처절하도록 아름다운지를 칠 때마다 느끼게 된다. 조만간 파르티타 전곡 완주도 한번에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복사본으로 연습하던 걸 접고, 맘 먹고 책을 샀다.
바흐의 GBV, WTC, Partitas를 올해는 좀 더 유려하게 칠 수 있도록 해볼 생각이다.
혹시라도 연말에 또 기회가 온다면 인벤션 전곡도 완주 목록에 추가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