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들에 받아서 영문으로 완독 했다.
4세대에 걸친 이민자 가족의 역사가 남의 일로 읽히지 않았다.
내 부모와 나, 내 자식들, 그리고 미래의 내 손주들의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물론 시대와 무대는 다르지만, 긴 역사 속에서 변해가는 사람 살이의 양상을 한 폭의 그림을 바라보듯 읽으면서 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도 생각해 보게 됐다.
주인공 여인은 부모의 귀한 딸로 태어나 자라고 자신에게 주어진 한 생애를 열심으로 살아낸다.
그녀가 살아 낸 삶의 결과는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사랑했던 사람과는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고, 순수하고 순전하게 그녀의 삶을 살려 냈던 남편과 그녀의 모든 것과 같았던 큰 아들은 가슴 아픈 죽음을 맞이한다.
그 외에도 남편 형의 고통과 죽음, 둘째 아들의 이야기, 또 그 자식이 이어가는 이야기들은 공평하지 않고 비례하지 않는 인간 생의 긴 서사를 하나씩 들려주는 듯하다.
지금 내가 전쟁의 와중에 놓이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생존의 절체절명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헤쳐가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킨다는 건 어떤 걸까를 생각하기도 했다.
결국 사는 것과 죽는 것은 정해진 것이고, 어떻게 살다 어떻게 죽느냐도 답이 있는 것은 아닐터.
계획을 하거나 열심을 다한다고 해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결국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도, 긴 서사 속의 작은 이야기 한토막으로 남을 것이고, 그 이야기가 어떠해야 한다거나, 또는 어떤 이유로 의미 또는 무의미 했다거나 말할 건 없을 일이다.
그저 산다는 거 자체가 나에게 존재하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