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와 함께 오랜만에 맘 먹고 술 한잔 했다. 꼼지는 김어준의 KFC를 보고, 난 KFC의 지네끼리 의식에 짜증이 나서 괜히 꼼지에게 투덜대다, 한국 음악 방송을 컴퓨터에서 틀었다. 그것도 조금 보다 짜증이 나서 그만 두었다. 소설을 쓰고 싶다고 머릿속은 아우성인데 정작 쓸 수 있는 건 한 소설 열 편정도의 첫 문장들뿐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아이들에게 나오는 건 찡그린 얼굴에 아무렇게나 나오는, 대응 없는, 나만의 아우성 뿐이다. 그리곤 10분 후 반성, 하늘 바다에게 다시 웃음 짓기. 꼼지에겐 좋은 아내가 되고 싶은데 두부 김치 술안주 하나 달랑 해 놓고선 계속 꼼지가 보는 정치 방송들에 대해 궁시렁 거리기.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쯤, 함께 술 한잔 편안하게 기울이고, 한국 방송 이것 저것 인터넷에서 틀어 보면서 딴지도 걸고, 시비도 걸고, 내 맘 내키는 대로 지껄여 볼 수 있다는 걸 행복하다 여긴다. 진심이다. 꼼지는 맥주 두 잔 먹고 지쳐 가버리고, 남은 나는 인터넷을 여기 저기 돌아 다니다가 결국, 내 블로그에 안착하여, 페북에나 올릴 글을 지껄여 본다. 한동안, 술먹고 나면, 카톡으로 이 사람 저 사람 (심지어 시어머님께도!!! 으악!!!) 에게 전화를 걸어, 돼도 않는 술주정을 해대어 다음날 기절할 지경이었고, 그 이후론, 카톡으로 메시지 (심지어 이건용 선생님에게까지!!! 으악!!!) 를 보내어 다음날 아침 그걸 다 지워 버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 후론, 진짜 결심, 술 먹고, 전화하거나 카톡하지 않기! 하면 죽인다! 차라리, 아무도 오지 않는 내 블로그에 지껄이는 편이 제일 안전할듯...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라도 지껄이지 않으면 병원에 갈 신세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여기선 술에 취에 맘껏 지껄일 대상이 없으니. 지껄여 내버려야 할 쓰레기들이 잔뜩 몸 안에 쌓이면 썩어가는 쓰레기 냄새와 개스에 질식하여 견딜 수 없게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거라도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