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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은의 가야금 - 창작음악프로젝트 (2019/01/10, 한국문화의집KOUS)

곽수은의 가야금, 창작음악프로젝트 The First Performance Collection 한국문화의집KOUS 한국에 온 후 본 첫 공연이다. 하주용의 "Nuevo Sanjo" (한국초연)에 관심이 가서 홍에게 연락, 피곤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연주를 보러 갔다. 김승근의 "가야금독주곡2006"은 전혀 흥미롭지도 않을 뿐 아니라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아 기억에 남는다. 대학시절 동료들이 작곡발표회에서 발표하던 곡들 을 들었을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서울대 작곡과 교수라는 사람의 곡인데 이렇게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니 허무하였다. 곽수은의 "나비의 꿈"은 그런 점에서 오히려 나름의 인상적인 점이 있었다. 왼손의 농현들이 짙게 유지되는 부분에서 깊은 공명과 배음이 남겨진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연주자의 경험에서 담겨진 가야금 특유의 기법과 울림의 방식들이 곡의 후반부 보다는 앞부분에서 좀 더 잘 반영되었다. 뒷부분은 음계들의 나열(음계적 씨퀀스)이 많이 사용되면서 진부하게 들렸다. 김지영의 "When A Leaf Sways..."는 오현 바이올린과 대금이 함께한 앙상블로 좀 기대를 했었는데 새로운 선율이나 구조가 시도된 것은 별로 없는 듯했다. 짜임새에서나 감각적으로나 무덤덤한 편이었다. 이 날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고 기억에 남았던 곡은 하주용의 "Nouve Sanjo"였다. 기대 이상이어서 반가웠다. 무엇보다 작곡가 자신이 경험하고 간직한 산조의 매력을 압축적으로 곡에 담은 것이 느껴졌다. 군더더기를 줄이고 간략하고 감각적인 선율 동기들을 각 악기별로 담아내고, 그것에 다양하고도 전통의 색채와 무게가 넘치는 장단들을 더해감으로써 긴장감을 높였다. 짧은 동기의 장구와 바이올린으로 시작된 도입부부터 흥미로웠다. 바이올린과 대금의 대화속에 소리의 잔향 효과가 이어지면서 집중력을 높였다. 변화되는 장단들이 전통에 깊게 뿌리를 박은 것들이어서 안...

제 정신(마음)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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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고 바쁘고 복잡하고 고통스럽던 날들이 지나고 나니 5월 둘째 주, 다시 생명을 피우는 나무와 꽃들에게서 위로를 찾는다. 지난 주말부터는 소화제를 먹지 않고도 그럭저럭 밥을 먹고 있다. 집에 돌아와 있는 하늘 바다와 함께 먹을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책과 악기도 다시 하나씩 잡아 보며 주말을 보냈다. 피아노에선 주로 바흐 (골드베르그 변주곡과 파르티타) 와 쇼팽을 치고 있다. 비올라도 새로 산 바흐 소품로 조금씩 다시 손을 풀어가는 중이다. 갑자기 12일날 있을 어린이 관현악단 오디션 레슨을 부탁한 Briana 를 가르치면서 바이올린도 겸사 겸사 손을 풀게 되었다. 오늘부터는 첼로 연습도 시작할 참이다. 주로 간단한 요가 스트레칭과 산책을 위주로한 운동이지만 여유가 있는 아침은 운동을 마치고 나서 아침을 먹고 악기 연습을 조금씩 하려고 한다. 그 사이 사이 몇 개의 책들을 잡아 읽을 것이다. 요즘 읽고 있는 "Eat Pray Love"는 2/3 가량 넘어가고 있다. 어느 순간 책의 내용에 집중이 되는 것 보면 마음과 정신이 잡히고 있다는 증거다. 오늘 아침부터는 송두율의 자전적 에세이 "불타는 얼음"을 읽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가즈오 이시구로의 "녹턴"과 전에 읽다가 만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도 같이 읽어갈까 한다. 바빴던 지난 달에서 넘어온 레슨 보충이 많아서 5월에는 내내 거의 일요일까지도 쉬지 않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몸이 좀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보통 오전은 쉴 수 있으니 할만 하다. 5월 말이면 이번 학기도 끝이난다. 학기가 마무리 되는 5월 말에는 아무 생각없이 훌쩍 여행을 다녀오려 한다. 몸과 마음의 상태를 관리하면서 책과 악기를 규칙적으로 안고 살 수 있으면 그 어떤 명상보다 나에게는 좋은 처방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에 또는 사람에게 집착하기 보다 나를 투영하여 바라볼 수 있는 책과 음악이 지금 나에게는 가장 필요한 것들이다. ...

2018년 첫 책 -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를 통해 인간종, 즉 감지 불가능 했던 나 자신의 세포 어딘가에 내재된 아주 비밀스런 역사를 하나 하나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그간에 읽어 왔던 '타인의 고통',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정의를 향해 비틀거리며 가다', '디아스포라의 눈', '코스모스' 등등의 책들을 읽으며 깨닫고 느꼈던 것의 총체를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새해에도 여전히 책을 읽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세 개의 책모임을 이어가는 중이다. 새해에도 여전히 악기를 만지고 있다는 것에도 감사한다. 가능한한 매일 몇 곡을 정해 놓고 피아노를 치고 있고 틈나는 대로 조금씩 렌트한 첼로 연습을 하고 있다. 오십을 앞둔 지금도 여전히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나름 건강하고 나름 평온하다. 책과 악기의 힘이다. 올해는 좀 더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대놓고 나를 구속하는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내 식대로 버리고 꾸미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50부터는 이승이 아닌 이승과 저승의 중간 어디쯤에 살고 싶다. 여전히 목적없는 공부를 사랑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지금까지보다는 덜 흔들리며 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계속 흔들리며 가더라도 상관없다. 어쩌면 그게 나의 본질이었는지도 모르니. 새해에는 미국 시민권을 따게 될 것 같다. 국적이 한국인에서 미국인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 변화에 큰 감정이 일렁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현재로선 그저 이곳에 살다가 저곳으로 이사가는 정도의 의미로 다가올 뿐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은 이곳에서 쓰고 있는 언어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써야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 추가되긴 한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새해라는 건 역시 뭔가 특별하긴 한가보다.

집착과 욕심

집착과 욕심으로 이미 온 마음과 몸이 왜곡되어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 내가 그런 사람에게 여전히 진심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어쩌면 나의 집착이고 욕심일테다. 놓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절대로 놓을 수 없는 것까지도 놓을 수 있을 때, 그때야 말로 집착과 욕심이 아닌 나의 진심 또는 내가 추구하는 나의 자아를 지킬 수 있을 테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곱씹는다. 어쩌다 보니 흙탕물보다도 구정물보다도 더 고약한 오염된 물에 휩쓸려 가고 있었다. 그 물이 도달할 곳까지 오염된 물과 섞여 가게 되면 그 사이 나는 사라지고 죽어갈테다. 내 물의 방향을 틀어 조그만 틈새라도 있으면 오염된 물줄기를 벗어 나오는 것, 그것이 희망이다.

먼지 청소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고 그토록 바라던 새 민주정부가 섰고, 꿈처럼 지난 두 달은 한국에서 보내고 왔다. 그 후, 아직 한 달도 채 안된 오늘, 덥고 습해서 잠을 못이루던 한국의 여름밤이 언제 그랬었나 싶게 미시간의 쌀쌀한 여름 아침을 늘 그래왔던 양 덤덤히 맞고 있다. 한국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일단, 한국근현대음악자료관이란 걸 혼자 머릿속으로 구상다가 구체적으로 제안을 하게 되었고 실행에 도움을 줄 수 있을만한 사람들을 쫒아 다녔다. 계획에 없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뜻밖의 단체 모임에도 여럿 다녀 오기도 했다. 한국을 떠나오기 직전까지 쫓아다닌 결과, 다행히 나의 구상에 힘을 더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의지를 가지고 앞으로 열심히 해 줄 분들도 모이게 되었다. 멀리 있긴 하지만 나 또한 계속 관심을 가지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도와볼 생각이다. 그뿐 아니라, 지난 3년간 개인적으로 해온 노력과 더불어 어렵게 어렵게 모인 미시간 지역 분들과 함께 해온 세월호 관련 활동을 통해 416해외연대 서울포럼 2017년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연과 필연의 협연으로 시청에서 이루어진 서울포럼 제 1차 회의에는 자카르타의 박준영님과 함께 하게 되었다. 그 후, 미국에 돌아와 오늘까지 서울포럼 일로 또 다른 사람들과의 드라마를 쓰고 있는 중이다. 가끔은 감동의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겨우 몇주도 안되 그 짧은 기간 속에 막장드라마도 찍으면서 진행되고 있다. 그 사이에 지난 몇년간 쌓아 왔던 나의 '도'가 바닥이 드러나는 건 아닐까 조마 조마 하기도 했다. 감정에 치우친 화로 더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지 않을까 호흡을 몇번씩 가다듬었다. 현재까지도 내가 얼마나 더 배우고 성숙해 갈까에 집중하려 계속 노력 중이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그간 쌓인 집안의 먼지를 털어 내었다. 곳곳에 자리잡은 거미줄도 털어 내고 가구 위에 앉은 먼지들도 닦아 냈다. 오늘 이렇게 먼지를 닦아내도 이 청결함이 영원히 가는 게 아니다. 일주일, 아니 몇일 ...

긴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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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디씨 여행을 하루 앞둔 금요일 아침이다. 오랫동안 닫아 두었던 잡화상을 다시 연다. 긴 호흡을 가지고 살지 않으면 지치고 지치면 추해 질 게 분명하다. 좋은 뜻, 훌륭한 목적, 이런 건 중요치 않다. 추하게 사는 사람이 되면  그 어떤 아름다운 것이 있어도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어떤 좋은 뜻, 훌륭한 목적도 서서히 나쁜 뜻, 더러운 결과로 탈바꿈 하는 법이다. 호흡을 길러야 수영을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긴 호흡을 유지해 가야 내가 원하는 뭍에 가 닿을 희망이라도 생길테다. 미시건 세사모 책사랑방에 다녀 오면서 예전, 그러니까 세월호 참사가 나기 전의 내 호흡을 다시 상기하게 된 것 같다. 세월호 참사가 나고 나서는 나 역시 제정신이 아니었다. 내가 나 일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당연하다. 참사 후 일년이 훌쩍 넘어가고 다시 미시간의 겨울을 앞두고 있다. 충격과 분노에 미쳐가는 내가 아니라 그 어느때보다 정상적이고 강건한 몸과 마음의 나를 만들어가야겠다.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블로그를 이어 가는 일로 그 다짐의 첫 걸음을 떼어 본다. 세월 책사랑방에서 얻은 정보로 엄청나게 맛있는 군고구마를 구워 커피와 함께 마시며 몸과 마음의 진정한 건강을 다져 보는 금요일 아침.

세월호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 전 공연 영상 (2014년 12월 13일 파주 교하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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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세월호 참극관련 글 이후, 이 블로그에 단 하나의 글도 올리지 못했다. 그 사이, 두 아들을 눈앞에 두고도 마치 내 두 아들을 모두 잃은 듯한 느낌이었던 지난 2014년이 또다시 눈물로 저물어 간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도 남은 삶을 온전한 정신으로 지켜가려면, 세상에선 비록 잃었을지언정, 매일의 기억 속에서 그 이들을 새록 새록 되살려 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2014년을 마무리 하며 이 이상의 다른 말이나 다른 글은 남길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뜻에서 세월호와 함께 하늘나라로 간 생명들을 기억하는 일, 그 정리로 올 한해를 마무리 해본다. 그런 뜻에서 2014년 5월 말 페이스북 상에서 모인 #세월호게릴라음악인들의 지난 12월 파주공연 실황 영상을 올린다. 세월호게릴라음악인의 공연과 활동은 6월 160여명의 음악인이 함께 한 이후, 같이 또는 산발적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이분들과 더불어 나도 다시 힘을 내어 살 수 있었다. 이 분들의 공연과 활동이 2015년에도 끊어지지 않기를 바래본다. 멈추기는 커녕, 더 많은 음악인들이 계속해서 세월호 희생자와 그 유가족과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바라기만 해서는 안될 것이고,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무엇이라도 더 찾아 봐야겠다는 마음 또한 다시금 머금어 본다. 그날이 오기를 애쓰며 기다리는 사람들 곁에서 음악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음악 말고 무엇이 있으랴.... 그런 마음에서 아래 사진과 공연 영상을 2014년 블로그 마지막 글로 올린다. 시작 부분에 음향문제도 있고 조금 긴공연이긴 하지만, 현장에서 함께 하시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분들이 보아주셨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2014년을 마무리 하며 #세월호게릴라음악인의 파주공연을 봐주시는 것도 좋겠다. 연말 모임에서, 연초 다짐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진심 담아 연주한 음악인들과 통곡을 딛고 일어서시는 유족들도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