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8일 금요일

2013년 3월 금요일 아침



어제 아침만 해도 눈이 날렸더니 오늘은 따사로운 햇살이 내 공부방에 가득이다. 우울하던 2월이 가고 화사한 3월이 온다. 가고 오는 날들이 요술같다. 햇빛이 비치니 방안의 사물도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내 방의 평화로운 풍경이 요즘은 한국 소식과 대비되어, 티도 못내는 속이 아프다.

역사의 오명 같은 이가 대통령 권좌에 앉아 국가의 안녕이 아니라 압박과 전쟁을 외치고 있다. 한국의 앞날은 저 햇살과 같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나라를 이렇게 만든 우리 모두가 원망스럽다. 너무 원망스러워 대선 후 몇 개월동안 언급조차 하기 부끄럽고 싫었다.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이란 건 그만큼 상처와 절망이 컸다는 걸테다.

노무현 죽음으로 마음의 팔 하나가 잘려 나간 후에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보자고 버둥 거렸다. 막장 드라마에도 있는 인과응보, 권선징악, 해피엔딩, 그 어느 것도 우리에겐 없었다. 잔인하게도 이젠 다리 하나쯤 더 빼앗긴 것 같은 더러운 쓰레기 냄새에 피비린내까지 풍기는 잡귀들이 지배하는 일상이 남았을 뿐이다.

꼼지와 나는 여직 한국 정치 사회에 대한 얘기는 에둘러 간다.

모자르고 또 모자른 내 삶에 다시 3월이 오고,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요술처럼 하루 하루가 가고 온다.

2013년 3월 1일 금요일

2013 플린트 청소년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풍경

하늘이는 특히 이번 공연이 지금까지 해온 모든 공연에서 가장 좋았다고 했다.
연주하면서 감동이 마구 밀려 왔다고...
무대 뒤에서 연주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
음악 안에서 아이들의 얼굴이 변해 가고 키가 커간다. 음울 했던 얼굴이 펴지고 어느날은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서 연주를 마친다.

처음 미시건으로 이사 와서 플린트 음악원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단원이 된 바다를 따라 다니며 1년 내내 연습과 연주회를 구경했던게 2009-2010년의 일이다. 그렇게 내내 그 시간에 바느질이나 책을 읽으며 주변을 맴도는 대신 차라리 참여해서 연주를 하자고 시작 했던 건 2010-2011년 학기부터다. 벌써 3년 째다.

무대 뒤편에서 점심도 먹고 휴식도 하고
첫 해는 부모 자원봉사 연주자로 바이올린을 했고 그 이 후로 이 년간은 비올라를 하고 있다. 대체로 중학교 2-3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반 아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서 두 아들과 함께 내내 연습과 연주를 함께하는 아줌마로 보내 온 시간이다. 삼년째인 올해는 일주일에 두 번씩 있는 연습 중에 정기연습 한번만 참여하고 있는데 그것도 좀 꾀가 나고 힘이 든다. 반주자 일을 시작해서 인가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 시간에 뭐 돈되는 일을 해야하는 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해서다.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내내 곁에서 쫓아 다니며 오케스트라 시절을 보내는게 더 좋은 건지, 아님 엄마의 존재 없이 이 시절을 보내는 게 더 좋은 건지도 간혹 왔다 갔다 한다. 엄마가 오케스트라에 같이 있으니 자기 스스로 책임지고 더 알아보기 보다는 엄마가 어련히 다 알아서 하려니 생각하고 무심해 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것도, 다 엄마가 얼마나 현명하게 다루고 조절하느냐에 달려 있는 거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하늘 바다도 나도 간혹 이 빡빡한 연습과 연주 일정에 지치고 꾀가 나서 빠지고 싶어 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정기연주회가 돌아오고 플린트에서 제일 크고 아름다운 와이팅 무대 (The Whiting) 에 서게 된다. 이천 석이 넘는 공연장에 무수히 아름다운 조명이 켜지고 총연습을 거쳐 한 시간 여 동안 연주를 하면 그동안의 피곤함과 지겨움이 흥분과 환희로 바뀐다. 해가 바뀔 때마다 또 해 말어 고민을 하다가도, 하늘이도 바다도 그리고 나도 결국엔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거쳐 다시 연주단원이 되는 이유다 (나는 오디션을 보지는 않지만).

플린트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격년으로 한 해는 플린트 단원이 자매결연을 맺은 아일랜드나 프랑스 청소년 연주단이 있는 도시로 연주여행을 가거나, 그 두 나라의 단원들이 플린트를 방문해 함께 연주 한다. 올해는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학생들이 플린트를 방문하는 해였다.

이번 정기 연주회의 제목은, International Music Series 로 Flint Youth Symphony Orchestra and Limonest (France) Youth Symphony 연주회였다. 프랑스의 리모네 청소년 심포니 외에도 플린트 근방의 세 고등학교, 펜튼 고등학교 (Fenton High School) 과 플린트 사우스웨스트 클래시컬 아카데미 (Flint Southwest Classical Academy), 그리고 굿리치 고등학교 (Goodrich High School) 가 참여해 총 200 여 명의 학생들이 연주 했다.
연주 전 이틀 동안 와이팅 무대에서 리허설
청소년기 학생들 200 여 명이 모여 연주하는 덕에 그 큰 와이팅 무대가 터질 것 같았다. 그 많은 수의 아이들이 보면대와 의자를 찾아 착석하는 것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모든 학생들이 플린트 음악원 부원장이자 청소년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토리 (Mrs. Torre) 외에 프랑스 리모네의 지휘자 아누 코밀 (Arnaud Caumeil, 이거 불어 발음 맞는지 모르겠다... 언니야, 이거 맞나??), 굿리치 고등학교 밴드 교사 아론 오키즈 (Aaron Orkisz), 펜튼 교사 앤드류 퍼킨스 (Andrew Perkins) 지휘 아래 일사 불란하게 움직였다. 혼돈과 광란 따위는 존재치 않았다. 감동적이었다. 그 어느 지휘자도 200여 명의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얼굴을 붉히거나 소리치며 협박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의 참여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격려 하였다. 너희들이 이렇게 열심히 연습에 참여 해주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특히, 펜튼 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앤드류 퍼킨스는 이번에 자신이 작곡하여 초연을 하는 Projection 이라는 곡을 직접 지휘하였다. 이른바 플린트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통한 '세계 초연작'이다. 하늘이 바다는 이번 연주회에서 그의 곡을 제일 좋아 했다. 앤드류는 총 연습 중에 학생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말을 전했다. 두 손을 가슴에 대며, 너희들이 자신의 곡을 연주 해주어서 너무나 영광이라 했다. 이 곡이 너희처럼 훌륭한 학생들에게서 초연되는 오늘의 연주회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가를 설명했다. 연주회를 통해 자신이 종이 위에 적은 음들이 살아 움직이고 실제 소리로 와이팅 무대에서 피어나게 된 것에 너무나 감사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연습 도중 작곡자이자 지휘자의 학생연주자들에 대한 진정어린 감사의 말과, 그 말을 가슴으로 듣는 아이들의 빛나는 수백개의 눈동자를 지켜보던 그 순간이 얼마나 감동스러웠는지 모른다.

이런 것들이 저 아이들에게 얼마나 귀한 경험이 될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런 감동을 한국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 아이들도 많이 경험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론 들었다. 이런 환경에서 음악을 배우고 연주하는 그 무대에 있던 내 두 아들들을 포함한 아이들이 참으로 부러웠다. 또, 이런 교육 체계와 환경을 만들고 일하는 선생님들이 부럽고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였다.

이런 것을 나 혼자서 보고 경험 하는 게 아깝다는 마음이 종종 든다. 한국에선 한번도 현악합주 같은 것에 참여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청소년 관현악단이 어떻게 운영되고 활동하는지 모른다. 선화예고 시절이나 대학 시절 관현악 수업에 참여하던 친구들을 통해 귀동량으로 들은 얘기들은 그 수업이 얼마나 엄격하고 위압적으로 통제 되는가 하는 거였을 뿐이다. 지금도 어린 학생들의 관현악 합주에서 조차 그러면 어떡하나 하는 오지랖 넓은 걱정이 들기도 할만큼 이곳 플린트 청소년 관현악단의 연습과 연주는 조용하지만 일사 불란하게, 느슨하지만 대단히 섬세하고 짜임새 있게 돌아간다.

플린트 음악원은 작은 도시(?), 그것도 도시의 주요 기반 산업이 도산하여 많은 사람들이 떠난 도시에 있는 배움터다. 미국 전체나 전 세계적으로 별로 특별할 것도 크게 알려지지도 않은 기관이 나름대로 매해 꾸준히 행사를 치르고 수많은 아이들이 음악과 예술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걸 보면서, 그리고 그 안에 선생님들이 진심과 열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걸 볼 때마다, 꽤 많은 시간을 음악과 관계된 삶을 살아 왔으면서도 내가 한국사회의 아이들에게 음악적으로 해준게 없다는 사실이 아프고 부끄럽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렇게 감동스런 순간에도 늘 씁쓸한 미소를 머금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DUNE 1 and 2

한국에서 Dune 1을 본게 아마도 나온 직후. 이유는 모르겠으나, 영화 예고편을 보자마자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라메라는 배우에 빠졌다. 부드럽고 섬세해서 유약해 보이기까지 하는 배우가 강한 카르스마까지 아우르니 그의 연기에 빠져들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