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만 해도 눈이 날렸더니 오늘은 따사로운 햇살이 내 공부방에 가득이다. 우울하던 2월이 가고 화사한 3월이 온다. 가고 오는 날들이 요술같다. 햇빛이 비치니 방안의 사물도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내 방의 평화로운 풍경이 요즘은 한국 소식과 대비되어, 티도 못내는 속이 아프다.
역사의 오명 같은 이가 대통령 권좌에 앉아 국가의 안녕이 아니라 압박과 전쟁을 외치고 있다. 한국의 앞날은 저 햇살과 같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나라를 이렇게 만든 우리 모두가 원망스럽다. 너무 원망스러워 대선 후 몇 개월동안 언급조차 하기 부끄럽고 싫었다.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이란 건 그만큼 상처와 절망이 컸다는 걸테다.
노무현 죽음으로 마음의 팔 하나가 잘려 나간 후에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보자고 버둥 거렸다. 막장 드라마에도 있는 인과응보, 권선징악, 해피엔딩, 그 어느 것도 우리에겐 없었다. 잔인하게도 이젠 다리 하나쯤 더 빼앗긴 것 같은 더러운 쓰레기 냄새에 피비린내까지 풍기는 잡귀들이 지배하는 일상이 남았을 뿐이다.
꼼지와 나는 여직 한국 정치 사회에 대한 얘기는 에둘러 간다.
모자르고 또 모자른 내 삶에 다시 3월이 오고,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요술처럼 하루 하루가 가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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