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e Proprietorship 이란 걸 하고 왔다. 자영업자 등록이라고 해야 하나.
영주권을 받은 후, 학생 한 두명씩 가르치고 간혹 피아노 반주하면서 용돈 벌이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적은 액수이지만 가끔씩 플린트 음악원이나 미시건 플린트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돈을 받는 일이 생긱기도 했다. 얼마전부터는 플러싱 (Flushing) 이라는 옆동네 작은 음악학원에 일주일에 한번 정도 나가게 되니, 아무래도 등록을 하고 일을 하는 게 마음이 떳떳할 듯 싶었다.
얼마전부터 자영업자 등록 방법을 알아보았다. 지난 주엔 맘을 먹고, 실천에 옮기려 내가 살고 있는 시인, Grand Blanc 시청도 찾아 갔다. 헌데, 일단 구글에서 찾아간 주소가 잘못되었는지 어쨌든 건물도 못찾고 허탕을 치고 왔다.
그렇게 한 주를 보내며 다시 사업자 신고를 하는 일이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몇일 전, 창밖을 내다 보며 컴퓨터를 만지작 거리다,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찻집을 갈까 하다, 내친 김에 일단 Grand Blanc 시청을 다시 찾아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엔 성공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사업자 등록을 하러 왔다고 했다.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주소를 달라고 했다. 주소를 보더니,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같은 그랜드 블랭이긴 하지만, 내 주소는 타운십 (Grand Blanc Township) 에 속에 있다고 거길 가라고 했다.
그래서 간 곳이, Grand Blanc Township 시청 건물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경찰서 건물이 하도 번지르르 해서 사실 그곳으로 먼저 들어 갔더랬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다시 차를 몰아 조금 더 가니, 경찰서 건물 뒤편에 평범하게 생긴 시청 건물이 있었다. 아, 이젠 제대로 찾았나보다고 들어가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사업자 등록을 하러 왔다고 했다.
왠걸,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얘 뭐래냐...'는 표정으로 날 본다. 그렇게 창구에 있는 사람과 마주 보고 있는데 다른편에 있던 사람이 다가 오더니 여기가 아니고 더 큰 구역의 법원에 있는 Genesee County Clerk 한테 가야 한다고 한다. 결국, 처음 갔던 그랜드 블랭크 시청 직원이 잘못 가르쳐 준거다.
주소를 물어 보니, 자주 다니는 플린트에 위치한 법원이다. 일단 어디를 가야 하는지 알았으니 그걸로 만족하고 돌아왔다. 한국에 간 꼼지가 돌아오면 같이 가던가 말던가 해야지 하면서 말이다. 내가 이걸 왜 굳이 하려는지도 확신이 없었다. 그나마 있던 학생들도 비용 문제로 중도에 그만 두는 상황이니 사업자 등록을 한다고 해도 등록지에 먼지만 앉을 것이 뻔하다.
다시 바람 불고, 비가 더 많이 뿌리던 오늘, 한 번 뽑은 칼, 무우라도 짜르자는 심정으로 다시 충동적으로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니 빗줄기는 좀 더 굵어지고 법원 앞에 도착해 차를 세우니, 플린트 시내엔 무료로 주차할 곳도 많은데 이곳은 1시간에 1달러의 주차비를 받는다. 법원 2층에 자리잡은 Genesee County 서무사 사무실에 가보니 줄이 길었다. 줄 옆으로 마련된 각종 용지들 중에서 자영업자 신고서인듯한 것을 찾아 칸을 채워 적고 줄서서 삼십분쯤 기다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내 용지를 받아 들고, 면허증을 챙기더니, 별 무리 없이 등록이 되는지, 10달러 등록비를 내라고 한다. 그리고는 나에게 영수증과 사업자 면허증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 하라고 한 후, 모든게 잘 된 듯 하자, 오른손을 들고 선서를 시킨다. 뭐에 대한 선서인지, 뭐라고 하는 건지 제대로 알아 듣지를 못해 모르겠지만, 대충 거짓말 안하고 적법하게 사업을 하겠다는 선서인거 같아서, 무조건 "예스" 했다.
자영업자들을 위한 무료 모임을 소개하는 자료도 주면서 모든게 완료되었다며 증서를 건내 주었다.
막상, 내가 적어낸 사업명이 적힌 등록증을 보니 어째 감회가 새롭다. 생각해 보니, 평생 처음 이런걸 등록해 본다. 뭔가 일을 벌여 보고 싶은 마음은 20때부터 많았지만 실제로 내 일을 벌여 본 일이 없었다. 그런 걸 하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대단해 보이기만 했을 뿐이다.
막상 사업자 등록을 하고 보니, 학생도 없이 무슨 '음악 스튜디오'냐 싶어 사기가 더 저하되는 기분이다. 사업적으로 지금보다 더 나쁠 수는 없는 상황이니 이대로라도 유지되면 그걸로 일단 감사 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