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의 사랑 아이패드

이미지
 돈없어서 포기해 왔던 아이패드를 결국 질렀다. 명목은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신문물을 활용해보자는 거였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다. 무엇보다 악보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LAB GIRL, Hope Jahren

이미지
자신의 삶과 연구를 얘기하는 식물학자가 쓴 책이다. 저자가 얘기하는 식물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아 작년부터 읽어서 올해 1월에 다 읽었다. 그리 두터운 책이 아닌데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작은 자신의 원 가족과 어린시절 이야기, 이어서 학업을 위해 병원 알바를 한 시간들, 그리고 연구 동료이자 평생 친구가 되는 Bill 과 함께한 세월 등이 담겼다. 각 장의 시작은 어떻게 이 지구상에 나무들이 생명을 피워내고 그 오랜 시간 동안 군락을 이루며 지금까지 왔는지에 관한 과학적 단편들을 설명한다. 나는 그 부분이 나올 때 가장 흥미롭게 읽혔다. 엄청난 수의 씨앗들이 대부분은 죽고 아주 적은 양만 오랜 시간을 기다려 끝끝내 살아낸다는, 그 이야기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 또한 나무는 겉으로 보아 죽은 것 같아도 그 뿌리 어느 부분에서라도  다시 생명의 불씨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새삼 흥미롭고 감동스러웠다. 앞부분을 읽다가 재미를 잃고 한동안 제쳐 두었다가 한참만에 다시 처음부터 정독을 시작하여 끝낸 책인데, 동료 Bill 과 나누는 특이하고도 배배 꼬인듯한 냉소적인 저자의 표현과 농담에 짜증이 나곤 했다. 결국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한 대중서적인 셈인데 오히려 전문분야 이야기는 설득력 있고 흥미로운데 반해 저자의 사적인 부분과 관련된 많은 부분이 공감을 덜 준 셈이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을 생각하고 바라보며 내 삶을 그에 비춰보고 관조해 볼 수 있게 한 점은 좋았다. 꼼지가 읽고 있길래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 했던 책이다. 여성 연구자의 대중서라는 점과 식물연구 이야기가 주된 주제라는 점이 끌렸기 때문이다.

랩소디 인 베를린, 구효서

이미지
언니가 나에게 선물해 주었던 책이다. 읽은 것 같긴 한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다시 정독 했다. 한국책은 주로 아침 녘에 식탁에서 잠깐씩 짬을 내서 읽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 10월에 한국에 가야 했기에 그 전에 다 읽으려고 속도를 내었다. 바로크 시대 인물은 바흐를, 20세기 주인공은  윤이상을 모티브로 한 책이다. 통역가인 화자와 이야기속 인물들의 숨겨진 사연을 밝혀내는 인물은 작곡가였던 주인공의 일본인 옛연인이다. 이 복잡한 시간 설정과 인물들의 얽힌 관계를 쫒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바로크 시대의 음악과 그 음악적 인물에 꽂힌 20세기 작곡가의 상념과 열망을 읽어가는 건 음악 전공자인 나에게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두 번 읽으면서 훨씬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종국에는 구효서라는 작가가 이 작품을 쓴 동기와 과정이 궁금해졌다. 언젠가는 구효서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고, 기회가 온다면 이 책과 관련된 작가의 사연을 들어보고 싶다.

조성진 독주회1

이미지

문득 생긴 마음 잡아두기

 지나온 일을 자꾸 되돌아보게 된다. 음악 때문일까, 쇼팽 발라드 2번을 치다가 문득 다시 열정이 솟았다. 돌아보면, 대부분 짧았던 경력은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 하나는 지겨워져서. - 다른 하나는 계속 할 자신이 없어서. 앞으로 무슨 일을 시작했다가 그만 둔다면 또 이 둘 중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런 생각 때문에, 앞으로는 아예 일을 할 생각을 말자, 일을 하더라도 많이 자유로울 수 있는 일을 아주 최소한으로만 하자 싶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일반인으로 다시 한국근현대음악관 관련 일을 할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맡으면, 책임지고 온 심혈을 기울여 실수 없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늘 괴롭고 힘들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일을 해도, 실수도 하고 마음의 여유도 부려 봐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지금까지는 한번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으니, 죽기 전에 그렇게 일하는 경험을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 죽기 살기로 말고, 즐기면서 일해보는 경험. 이렇게 뭔가 목표나 계획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하나씩 그걸 위해 징검다리를 놓게 되는데, 이번에도 그랬으면 해서 이 글을 쓴다. 지금 이 마음을 흘려 보내지 말고 기억하면서, 한번 해보라고...

WHERE THE CRAWDADS SING (2022)

이미지
한국 제목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다. 2018년 출판된 델리아 오언스의 소설을 영화화 했다. 친구가 우연히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영화로 나왔다며 보라고 했다. 찾아보니 넷플릭스에 있어서 바로 볼 수 있었다. 한 여성의 삶과 위기,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재를 Crawdad라고 하는지 새로 알게 되었다. 가족 모두가 떠나버린 습지의 집을 평생 혼자 지켜간 여성의 삶이 흥미로운 영화였다. 외로움과 두려움을 딛고 삶을 지속해간 주인공은 마치 영웅에 비견할만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침내 삶을 후반을 아름답게 가꾸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동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로 끝을 맺어 좋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원작자 델리아 오언스는 한 인터뷰에서, '사랑은 삶을 지속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영화만큼이나 그의 이 말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의 말처럼 사랑이 있다면 삶이 더 행복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힘차게 살아갈 수 있을 거다. 이 소설과 작가에 대한 논란도 있고, 이 작품에 대한 비판도 있는 듯한데, 나는 영화가 나름 재미있었고 내 삶을 이리 저리 반추하게 했으므로 그걸로 만족.

Hamilton the musical - Detroit

이미지
첫 공연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보고 싶었던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Hamilton'이었다. 이 뮤지컬을 드디어 Detroit의 Fisher Theatre에서 볼 수 있었다. 몇 년 전 FIM에서 가르치던 학생이 시카고 가서 이 뮤지컬을 보고 왔다고 해서 무척 부러웠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볼 엄두조차 못 내고 시카고에서라도 볼까 했는데, 디트로이트에서 공연이 된다고 하길래 바로 표를 예매했다. 가족 모두 시간을 맞추어 12월 첫 날의 온 가족 나들이가 되었다. Westland로 이사 온 후 근교 공연장에 간 게 처음이기도 했고, 뮤지컬이 공연된 1928년 경 지어졌다는 Fisher Theatre를 구경하는 것도 처음이라 더욱 기대가 되고 즐거웠다.  Fisher Theatre는 전반적으로 황금색 느낌을 주는 화려한 공연장이었다. 지금은 쇠락한 도시지만 예전엔 대단히 번성했던 Detroit의 역사가 느껴졌다. 'Hamilton'은 배우이자 뮤지컬 작곡가인 Lin-Manuel Miranda의 작품이다. 힙합음악과 랩이 중심을 이룬 뮤지컬 Hamilton은 아주 미국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임에 틀림 없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초기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나 불운하게 죽음을 맞이한 역사적 인물의 삶을 깊은 통찰력으로 흥미롭게 극화했다. 백인 중심이던 미국 브로드웨의 전통을 깨고 뮤지컬에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로 이루어진 뮤지컬이라는 것도 작품을 보는 내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물론 영어 가사인데다 빠른 속도와 강한 비트로 이루어지는 랩이라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갔는데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목요일 저녁인데도 자리가 만석인데다, 우리 자리는 무대와 꽤 멀어서 배우들을 구별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도 음악과 내용, 극의 전개가 흥미롭고 새로웠다. 극의 줄거리를 알아갈 수록 더 보고 싶어지는 뮤지컬의 매력은 역시 음악에 있는 듯하다. 익숙해지는 만큼 즐거움도 커지는 주요 곡들은 같은 작품을 반복해서 보도록 만드는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