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1일 월요일

2012년 마지막 날


한 해의 마지막 날 아침, 사랑하는 조카 지수가 숙명여대 문화관광학과에 합격을 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누구는 하버드를 못가고 U of M 을 갔다고, 서울대를 못가고 연대를 갔다고 슬퍼 한다는데, 언니네와 나는 지수가 원하는 과에 합격 했다는 사실에 기쁘기만 했다. 지수가 이제는 경쟁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의 성숙한 삶을 목표로 하는 공부를 하게 되면 좋겠다. 전화로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이제부터가 시작이니 (너의 꿈을 위해) 열심히 살며 공부하라고 말해 주었다.



여느 휴일 아침처럼 하늘이와 바다가 주말 청소를 하는 동안 나는 아침 설겆이를 마치고서 잠깐의 짬을 이용해 새로 맡은 반주 곡 연습을 했다. 그리고 나서 온 가족 한 해의 마지막 외출이 된 앤아버로 향했다. 하늘이의 첼로 선생님이신 마틴 선생님이 고맙게도 보충 렛슨을해 주시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늘이가 렛슨 받는 동안 우리는 스타벅스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꼼지도 새해엔 정말 한국뉴스보다는 책을 좀 더 열심히 읽을 모양이다. 두꺼운 스티브 잡스 전기에 전에없이 얼굴을 파묻는게 보기 좋았다.
하늘과 바다가 좋아하는 앤아버에 있는 Umi Sushi 식당에서
앤아버에서 맛난 점심겸 저녁을 먹고 앤아버 미시건 대학과 그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는 여느해처럼 올 한해를 되돌아보고 내년을 계획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 같이 하늘 바다 어릴적 비디오도 보고 올 해 사진들도 훑어 보면서 말이다. 몇 년째 해온 한 해 마감 가족 모임이 이젠 자리를 잡아 가는 듯하다. 물론 이런 가족 모임도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성인이 되면 계속 이어가긴 힘들어질거다. 그래서 더욱 오늘의 시간이 소중하다.

아이폰에서 페이스북을 지웠다. 무엇보다 선거 패배의 여파도 있지만 남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내 생활과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보다 자꾸 많아지는 것 같아서다. 최근에 와선 일기 쓰는 일도 더 뜸해졌고 책을 읽고 자료를 정리하고 하는 일에서도 너무 멀어졌다.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부족하면 이렇게 아이패드에서라도 블로그에서 정리 시간을 가져볼 계획이다.

다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계획할 시간이다. 진부하고도 또 진부한 그 일을 일생일대 중대사처럼 치뤄낼 요량이다.

2012년 12월 21일 금요일

새 반지

꼼지에게 처음으로 받았던 반지는 연애 할 때 함께 샀던 전교조 반지다. 내가 샀는지 그가 샀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누가 반지값을 냈는지는 별로 중요한 사실도 아니다. 그 반지를 끼고 다니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비슷한 남자친구가 있다는 게 좋았다. 지금은 낡고 바랬지만 아직도 가지고 있다.

그후로 받은 게 결혼 반지다. 비싼 패물을 가질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관심도 별로 없어서 그저 적당한 크기의 다이아몬드 한 알이 박힌 금반지를 맞추었다. 오랜 동안 끼고 다녔는데 아이 둘 낳고 키우던 언제쯤 다이아몬드 알이 빠져서 도망가 버렸다. 알이 박혔던 자리만 동그마니 남은 금반지 끼고 다니기도 그렇고 피아노와 현악기를 다시 연주하게 되면서 새삼 반지를 끼고 다니는 것도 그래서 가끔 필요할때만 십 몇 불짜리 가짜 반지를 사서 끼곤 했다. 반지가 없으면 처녀로 볼지도 모르니까(^^).

나의 농담반 강권에 의해서였는지 아님 정말 특별한 마음이 들어서였는지 꼼지가 덥석 반지를 사준다고 했다. 그 말이 떨어진지 몇일 안돼 반지를 사러 갔다. 평소 악기를 할 때도 낄 수 있도록 얇고 요란하지 않은 장식을 가진 반지를 골랐다.
 결혼 반지 외에 몇십만원짜리 반지를 꼼지에게서 받은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이런 비싼 반지를 더 가질 생각도 없다. 이거 하나면 족하다. 모양도 장식도 마음에 들 뿐 아니라 악기 할때도 끼고 있는지조차 느껴지지 않을만큼 가볍고 편안하다. 우스운 말이지만 새삼 내가 꼼지의 아내다 하는 맘도 더 드는 것 같다. '앞으로 더 아껴주고 존중해 줄께' 하는 남편의 맘도 느껴지는 것 같다. 그게 꼭 반지여서도 아니고 삼십만원짜리 비싼 것이서도 아닐꺼다. 만난지 25년, 그리고 결혼 20주년을 일년여 남긴 꼼지와 지금도 서로 바라보며 함께구나 하는 감회를 반지를 고쳐 끼울때마다 느낄 수 있기 때문일꺼다.

DUNE 1 and 2

한국에서 Dune 1을 본게 아마도 나온 직후. 이유는 모르겠으나, 영화 예고편을 보자마자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라메라는 배우에 빠졌다. 부드럽고 섬세해서 유약해 보이기까지 하는 배우가 강한 카르스마까지 아우르니 그의 연기에 빠져들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