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에게 처음으로 받았던 반지는 연애 할 때 함께 샀던 전교조 반지다. 내가 샀는지 그가 샀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누가 반지값을 냈는지는 별로 중요한 사실도 아니다. 그 반지를 끼고 다니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비슷한 남자친구가 있다는 게 좋았다. 지금은 낡고 바랬지만 아직도 가지고 있다.
그후로 받은 게 결혼 반지다. 비싼 패물을 가질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관심도 별로 없어서 그저 적당한 크기의 다이아몬드 한 알이 박힌 금반지를 맞추었다. 오랜 동안 끼고 다녔는데 아이 둘 낳고 키우던 언제쯤 다이아몬드 알이 빠져서 도망가 버렸다. 알이 박혔던 자리만 동그마니 남은 금반지 끼고 다니기도 그렇고 피아노와 현악기를 다시 연주하게 되면서 새삼 반지를 끼고 다니는 것도 그래서 가끔 필요할때만 십 몇 불짜리 가짜 반지를 사서 끼곤 했다. 반지가 없으면 처녀로 볼지도 모르니까(^^).
나의 농담반 강권에 의해서였는지 아님 정말 특별한 마음이 들어서였는지 꼼지가 덥석 반지를 사준다고 했다. 그 말이 떨어진지 몇일 안돼 반지를 사러 갔다. 평소 악기를 할 때도 낄 수 있도록 얇고 요란하지 않은 장식을 가진 반지를 골랐다.
결혼 반지 외에 몇십만원짜리 반지를 꼼지에게서 받은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이런 비싼 반지를 더 가질 생각도 없다. 이거 하나면 족하다. 모양도 장식도 마음에 들 뿐 아니라 악기 할때도 끼고 있는지조차 느껴지지 않을만큼 가볍고 편안하다. 우스운 말이지만 새삼 내가 꼼지의 아내다 하는 맘도 더 드는 것 같다. '앞으로 더 아껴주고 존중해 줄께' 하는 남편의 맘도 느껴지는 것 같다. 그게 꼭 반지여서도 아니고 삼십만원짜리 비싼 것이서도 아닐꺼다. 만난지 25년, 그리고 결혼 20주년을 일년여 남긴 꼼지와 지금도 서로 바라보며 함께구나 하는 감회를 반지를 고쳐 끼울때마다 느낄 수 있기 때문일꺼다.
2012년 12월 21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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