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 연습 - Seussical Musical

이미지
CMS-D 행정실의 조나단이 반주자 찾기가 힘들다며 거의 애걸복걸 이메일을 보내왔다. 봄학기 마무리 리사이틀에 가창부 연주 반주를 하는 것이라 일은 많은데 보수는 거의 없다시피한 반주다. 이런걸 또 해야 하나 고민했다. 현 정부가 최근 온갖 공공기금을 끊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음악기관 사정을 더 안좋아질 수 밖에 없다. 역시 자원봉사와 다름 없는 일이란 걸 뻔히 알지만, 아이들을 위한 일이니 결국 거절 못하고 하기로 했다. 물론, 한숨이 나오긴 한다. 다행히 9곡 중, 3곡은 Backing Track으로 해서 반주는 6곡으로 줄어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겨울 행사에서 함께 연주했던 가창부 교사, 트리샤의 학생들 연주다. 악보를 확인해 주면서 몇번이고 고맙다고  해주니 조금 위로가 된다. Seussical Musical의 곡들인데 처음 반주 해본다. 뮤지컬 반주는 리듬과 분위기에 익숙해지는게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선, 물론 모든 곡들이 다 그렇지만, 악보 보고, 음악관련 내용 찾아보고, 들어 보고, 맞춰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열심히 말고, 슬슬, 적절히 즐기며 하자. 손가락도 팔꿈치도 아픈 50대 후반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보통 검증된 곡들이라 반주 연습을 하다보면 일을 하는 것임에도 결국 그 음악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면서 나름 위로와 즐거움도 얻는다. 한편으론, 아직도 내가 반주라로 쓸만 하다고 요청이 들어오니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래도... 나 뿐만 아니라, 모든 피아노 반주자들을 위해, 반주비를 꼭 제대로 챙겨주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3월이 길다

이미지
  올 3월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짧은 2월을후에 맞은 긴 3월이라 그런가. 계획한 생활비도 거의 다 바닥났고 날씨는 여전히 꾸물거리는데, 여전히 주말과 월요일 하루가 더 남아 있다. 3월의 마지막 날은 하늘이의 생일이기도 하다. 사과도 떨어져 이래저래 또 장을 보러가야 하나..  이런 원초적인? 고민을 아침내내 중하게 하고 있다. 생활에 드는 모든 비용이 더 빡빡해져가는 탓이다. 집세(모기지)도 오르고, 물건값도 기름값도 다 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 극단주의 독재 정권이 들어서서 한국 못지 않은 칼춤을 추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잡혀가는 시절이라니... 어제는 온라인 긴급행동을 했다. 위에 서서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제 멋대로 하는 이들 때문이다. 가만히 있기에는 속이 너무 터졌다. 내란을 도모하고 옹호하고 빌붙는 이들이 정말 역겹다. 사람들이 고달프다. 당장 내 자식들도 고달퍼 한다. 매일 매일 희망의 빛을 찾아 서성인다. 빛의 씨앗 하나라도 주으면 하늘 바다에게 전한다. 오늘도 한 번 웃으라고. 웃고 힘내서 내일을 또 살자고. 더 나은 미래를 원하는 건, 결국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가 아닌가? 내가 조금 더 고생해도 자식은 조금더 행복하고 맘편하게 살면 좋겠다. 날이 흐리더니, 결국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오늘도 뭔가로 충천을 하기는 해야한다. 일단 커피 내려 마시고 정신 차려보자.

봄은 오는가

이미지
오늘 동네 걷기 운동으로 이번주 목표 달성. 한 주에 최소한 2번 이상 밖에서 걷기로 했으니 이걸로 잘했다고 칭찬한다. 걷는데 새 소리가 많이 들렸다. 봄이 오긴 오려나. 세상은 엉망진창으로 돌아가는데 일상은 태풍의 눈처럼 평온하다. 한국 사람들은 온마음을 졸이며 이번 주말을 지낼 것이다. 다음주에는 내란 우두머리를 처벌하는 기쁜 소식이 꼭 있으리라 믿는다. 오늘부터 AP News 받아쓰기와 음악관련 원서 소리내어 읽기도 다시 시작했다. 한동안 했던 것들인데 몸이 아프고 이런 저런 일정에 밀려 다니다 빼먹고 있었다. 죽을때까지 해야 한다. 먹고 싸듯이 읽고 배우기. 목적없이 무심하게 계속 하기. 잠시 멈추더라도 또 다시 하기. 그렇게 긴 세월 흘러가서 보면 점들이 모여 선이 되듯 뭔가 연속된 형상이 되겠지.

밖에서 오운완

이미지
오늘 운동 완료. 오랜만에 집근처 공원을 운동삼아 걸었다. 바쌤과 함께 왔던 이후로 처음이었다. 집중해서 두 바퀴 걸었다. 증거 사진도 찍었다. 앞서서 한 할머니가 걷는다. 그 분을 벗삼아 나도 걷는다. 앞선 할머니도 혼자, 나도 혼자. 결국 혼자서도 몸과 마음 잘 세우고 살아야 한다. Sedona 여행을 다녀오면서 어느 정도 회복된 다리와 체력을 이 김에 계속 다져야 한다. 운동을 매일의 가장 중요한 일과로 삼으려 한다. 적어도 마음은 그렇다. 그리고 운동 안하면 바로 아프기도 하니까. 어쨋든 괴물같은 인간들이 많아지면서 밖에 나가는 게 싫었는데 이런 결심은 큰 변화다. 다행히 이번주는 날씨도 좋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밖에서 운동하기로 한다.

Sedona, AZ (3/2 - 3/7)

이미지
노랑이랑 주황이가 그렇게 추천해마지 않던 Sedona에 왔다. 역시 친구들 말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하하. 4일째 아침에는 사고를 쳤다. 전기포트를 인덕션 위에서 끓이다가(?!) 태워먹었다. 연기가 펄펄나자 그제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는. 숙소 주인에게 바로 실토했다. 주인이 바로 $19 정도 전기포트를 아마존에 주문했다고 문자가 왔다. 이렇게 마무리 된 걸 천만 다행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수요일 아침 하늘이에게서 보험 취소로 수술 역시 취소 됐고 새로운 의사를 찾아야 한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오늘 내가 낸 사고가 그 액땜을 한 것이기를 빌어본다. 엄마의 바보짓으로 우리 딸 일이 잘 풀리기를, 나무아미타불… 내 다리가 시원치 않아 Sedona 특유의 등산로들을 가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생각보다 여러 등산로를 섭렵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때론 예상보다 험하고, 때론 심한 바람에 다리가 후달렸지만 한 군데를 빼고는 다 완주했다. 주황의 조언으로 Phoenix 공항 근처 H-Mart에서 장을 봐온 덕에 밥, 라면, 불고기 등, 꽤 괜찮은 방식으로 여러 끼니와 산행에 필요한 간식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아주 좋았다. 대충 잡은 에어비앰비 숙소도 Cathedral Rock이 훤이 보이는데다가 여러 등산로를 끼고 있는 곳이라 만족스러웠다. 간당 간당한 다리로 무사히 다닌 것이 다행스럽고 한편으론 자랑스럽기도 하여, 섭렵한 Sedona Trails와 명소를 기록해 본다. 도착한 날엔 날씨가 맑았는데, 월요일 엔 엄청 춥고 눈, 우박이 섞여 왔다. - Chapel of the Holy Cross - Exposures Gallery - Snoopy Rock (주차비 $5) - Tlaquepaque Snoopy Rock 화요일 은 진짜 날씨가 좋았다.  그래서 맘 먹고 제일 가보고 싶었던 곳을 시도했는데, 결국 13개의 개울 중 2개를 힘들게 건너고 나니 발목에 바로 안좋은 신호가 왔다. 결국 포기하고 다른 일정으로 대체.  숙소...

새 노트북 GRAM

이미지
되도록 짐을 늘리지 말고 뭘 새로 사지말자 그렇게 다짐을 해도 새해가 되면 뭘 사긴 사게 되는 듯하다. 몇년간 애지중지 잘 써오던 노트북이 아무래도 용량이 너무 작아 새로운 걸로 교체했다. LG GRAM인데, 크기는 비슷한데 조금 더 가볍다. 나에겐 가벼운게 제일 중요하다. 기기를 바꿀때마다 새로 깔고, 인증하고 하는 지리한 과정이 싫어서 가능하면 그냥 살고 싶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기존에 있던 노트북의 자료들을 다 다시 받고, 필요한 프로그램과 앱도 새로 받아 인증하고. 삼성을 쓰다가 LG를 쓰니 키보드서부터 운용 프로그램 모양, 디자인 느낌까지 또 다 새롭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긴 하지만, 기기에 적응하는 기간 동안 짜증 많이 안내도록 조심할 것. 그래도 좀 더 빠르고 가벼운 노트북이 생겼으니 여러모로 편리할 것 같다. 기록을 남기는 일, 책 읽고, 공부하고, 필요한 일 하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 망가뜨리지 말고 죽을 때까지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음이 힘들 때

아무리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살자 해도, 일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마음이 힘들 때는 불쑥 불쑥 찾아 올거다. 요즘이 그런 순간, 하늘이 1차 수술이 3월 5일로 잡혔다. 요 몇일 없던 두통이 생기더니 감정도 자꾸 일렁거렸다. 이럴 때는 물론 일상의 의욕도 확 떨어진다. - 우선, 내 증세를 감지하고 상담자를 찾았다. 다행히 바로 연결이 되었고 내가 찾은 상담자는 한고비를 넘기게 해주었다. 행운이다. 감사하다. 3월 초로 계획해 놓은 Sedona, AZ 여행을 취소해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다시 마음이 돌덩이가 되었다. - 이번엔 다리 운동을 했다. 운동을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잠깐이나마 명상을 하니 신경이 쓰이는 다리 상태가 조금은 가벼워진 듯하다. - 닥친 일을 일단 미루고, 즐거워질 수 있는 일을 먼저 하기로 한다.: 라면 먹으며 영화 보기. - 신라면 블랙을 선택해서 먹으며 영화 <Enola>를 봤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독립적인 여성이 주인공으로 호기심과 추리가 이어지는 영화다. 영화의 분위기도 어둡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가볍지도 않다. 보면서 마음에 조금 힘이 생겼다. 긴급 처치를 통해 생긴 힘으로 1층으로 내려왔다. 이제 일과인 피아노를 좀 칠 수 있을 거고, 스프링 일도 좀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긴급 처치 중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렇게 글로 풀어 놓고 기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늘이 수술을 결심하고 곧 실행한다는 것도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Sedona 여행은 취소하지 않는 걸로 마음을 먹었다. 향후 10년을 바라보며 한국에 거처를 확정하고 미국 거처는 하늘이네랑 합치는 방안도 떠올랐다. 지금의 생각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나, 일단 기록 삼아 남긴다.

사람에게서 배우다_새라와 주황

자식들이 독립하고 두 내외가 남은 집에서 집순이가 된지 몇년이 되어간다. 식구가 없는 살림을 하니 의무가 아니라 소꿉장난 하듯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새라와 주황을 보며 이런 마음이 더 힘을 얻었다. 꽤 많은 학생들이 있는 피아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알뜰살뜰 살림을 하는 새라 집에 몇번 방문을 했었다. 아기자기한 살림살이며 칼각으로 정돈된 피아노 방, 맛있는 음식과 차를 즐거운 수다와 함께 내주는 새라가 신기하고 놀라웠다.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살림살이가 재밌고 보람 있다고 했다. 부럽고도 좋아 보였다. 나도 새라처럼 즐겁게 살림을 할 수 있을까. 국선 변호사였던 주황은 작년에 판사가 되었다. 일과 가정을 오가며 바쁘게 살았던 주황은 더 바쁘게 살게 되었다. 정신없는 생활 속에서도 항상 여행과 독서, 첼로 레슨과 여타 관련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이다. 늘 밝은 에너지를 충천하고 일과 몸의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도 본인의 업무와 개인의 휴식을 일과로 이어가는 사람이어서 그를 만날 때마다 내 자신이 힘을 얻고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어제 저녁에 미루어 놓고 잔 설거지를 아침에 하면서 새라와 주황 생각이 났다. 전 같으면 쌓이고 미뤄진 집안일을 하며 짜증이 솟아 오르고 기분이 나빴을 텐데, 오늘 아침 밀린 설거지와 부엌 정리가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소꿉장난’ 같이 여기는 나를 발견했다. 세상은 더 어지럽고 불확실해지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대통령이 싼 똥으로 얼룩지는 탄핵국면이고 극단주의자들은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미국 역시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서 파시스트들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암흑의 세상을 향해 달려가려 한다. 이런 중에 나는, 우리 가족은, 우리 공동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은 일상의 작은 일을 쉼없이 이어가야겠지. 굴하지 않고 매일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마음으로.

2025 독서

이미지
 1. The backyard bird chronicles by Amy Tan 하늘 바다가 지난 연말 선물로 주었다.  자식들에게 받은 기억에 남는 첫 책선물이다. 애들 어릴때 자주 갔던 반즈앤노블에서 엄마를 생각하며 샀다고 한다.  Joy Luck Club 의 저자가 쓴 새 그림이 많이 담긴 책이다.  하늘 바다가 자필 서명까지 해서 주어서 깊이 감동 받았다.  눈물이 글썽했다. 내 자식들 삶에 평생 함께 하였으면 했던 게 음악과 독서다. 내가 자식들에게 바랐던 바를 다 이룬것 같다. 뭘 더이상 바라겠나. 아이들이 나에게 준 사랑을 만끽하며 올 한해 즐겁게 읽어야겠다. 2. Beasts of a little land by Juhea Kim 톨스토이 문학상을 받았고 한국계 미국 작가가 쓴 일제강점기 군상들에 대한 이야기다. 특이하게 독립군과 함께한 기생들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롭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언니와 함께 항일가요 공부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지금, 나에겐 의미있는 독서가 될 듯하다. 현재 30% 정도 읽고 있다. 3. Music in the castle of heaven by John Gardiner  주황이랑 함께 읽고 있는 책. 다 읽으면 독일 여행 가기로. 올해도 계속 함께 읽을 예정이다. 현재 6장을 읽고 있다. 올해도 독서는 내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 될거다. 독서모임을 다 그만 두고 혼자 읽는다. 그러나 보면 언젠가 또 좋은 독서 동료들도 생기겠지. 조금 더 자주 많이 책을 읽어야겠다.

2025 새해 액땜

이미지
  온 가족이 새해 맞이 잘 했다 싶었는데 사고가 생겼다. 무릎이 아파 운동을 하려던 것이 treadmill 러닝머신에서 넘어진거다. 양쪽 무릎이 심하게 다치고 까졌다. 한 이틀 버티다가 붓고 너무 아파서 urgent care 갔다. 아프면 내가 얼마나 이렇게 더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짙어진다. 액땜인가. 어두운 마음이었는데 한참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엉망진창으로 시작한 2025년이지만 친구도 나도 작년보다는 나은 한 해, 조금이라도 더 평안한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빵굽기

이미지
세상이 진절머리나게 시끄러우니 정신도 아득하다. 삶의 본질을 찾는 듯한 마음으로 빵굽기에 도전했다. 망친게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먹을 수는 있었다. 모양새도 예상보다 그럴듯했다. 맛도 좋고 바다도 무척 좋아해서 한 세 번쯤 도전했다. 이젠 대충 할 수 있을 것 같다. 빵이 만들어지는게 신기하고 만들고 나면 기분이 좋다. 팔은 조금 아프지만 생각보다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도 같다.

DUNE 1 and 2

한국에서 Dune 1을 본게 아마도 나온 직후. 이유는 모르겠으나, 영화 예고편을 보자마자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편도 재미는 있었으나 1편의 futuristic 한 분위기는 약해서 그냥 보통의 épico movie 를 보는 느낌이었다. 중요한 건, 살라메라는 배우에 빠졌다는 것. 부드럽고 섬세해서 유약해 보이기까지 하는 배우가 강한 카르스마까지 아우르니 그의 연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듯하다.

세상 끝에서 만난 음악, 신경아

이미지
 지난 한국 방문에서 홍이와 강원도엘 다녀왔다. 목적은 휴식이었고 목적지는 어쩌다 보니 존경하는 최상일 피니님과 신경아 작가님 댁이 되었다. 신경아 선생님이 쓰신 책을 즐겁게 읽었다. 감성이 나와 무척 닮은 분인듯 느꼈다. 글의 흐름과 생각의 방향이 비슷해 적잖이 놀랐다. 예상보다도 훨씬 글을 잘 쓰셔서 그 또한 좋았다. 인연도 때가 있는 듯하다. 좀 더 일찍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더 깊게 지속적인 만남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맺어진 인연도 줄이자고 마음 먹은 지금의 나는 책으로 만나고 기억하는 인연만으로 충분히 감사하다고 받아들이기로.

CMS-Detroit

이미지
새해 들어 새 일자리에 지원서를 냈다. Detroit south downtown 에 있는 MSU 부설 음악학교인 Community Music School-Detroit 다. 이력서를 받은 부교장이 바로 인터뷰 일정을 잡았고 인터뷰 상에서 바로 채용 결정을 해주었다. 서류 수속은 뒤이어 하면서, 바로 학교를 방문해 둘러본 후, 공식 날짜로는 1월 31일에 채용 되었다. 운좋게도 이미 피아노 개인레슨 학생을 받아 레슨을 시작하게 됐다. 14살 Orland Mpongo-Castelo라는 피아노를 좋아하는 맑은 소년이다. 이 학교에서 강사로 개인레슨 뿐아니라 피아노 그룹 수업과 현악 기초반 그룹 수업을 가끔씩 가르치게 되었다. 그간 취미로 배워온 현악기로 일도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건강이 좀 나아진 것도 감사하고, 바로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음악분야에서 이렇게 다시 생긴 것에도 감사한다. 새로운 일터에서 만나는 동료들과 학생들이 나에게 또다른 좋은 추억을 선사해 주길 바라본다.

나의 사랑 아이패드

이미지
 돈없어서 포기해 왔던 아이패드를 결국 질렀다. 명목은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신문물을 활용해보자는 거였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다. 무엇보다 악보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LAB GIRL, Hope Jahren

이미지
자신의 삶과 연구를 얘기하는 식물학자가 쓴 책이다. 저자가 얘기하는 식물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아 작년부터 읽어서 올해 1월에 다 읽었다. 그리 두터운 책이 아닌데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작은 자신의 원 가족과 어린시절 이야기, 이어서 학업을 위해 병원 알바를 한 시간들, 그리고 연구 동료이자 평생 친구가 되는 Bill 과 함께한 세월 등이 담겼다. 각 장의 시작은 어떻게 이 지구상에 나무들이 생명을 피워내고 그 오랜 시간 동안 군락을 이루며 지금까지 왔는지에 관한 과학적 단편들을 설명한다. 나는 그 부분이 나올 때 가장 흥미롭게 읽혔다. 엄청난 수의 씨앗들이 대부분은 죽고 아주 적은 양만 오랜 시간을 기다려 끝끝내 살아낸다는, 그 이야기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 또한 나무는 겉으로 보아 죽은 것 같아도 그 뿌리 어느 부분에서라도  다시 생명의 불씨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새삼 흥미롭고 감동스러웠다. 앞부분을 읽다가 재미를 잃고 한동안 제쳐 두었다가 한참만에 다시 처음부터 정독을 시작하여 끝낸 책인데, 동료 Bill 과 나누는 특이하고도 배배 꼬인듯한 냉소적인 저자의 표현과 농담에 짜증이 나곤 했다. 결국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한 대중서적인 셈인데 오히려 전문분야 이야기는 설득력 있고 흥미로운데 반해 저자의 사적인 부분과 관련된 많은 부분이 공감을 덜 준 셈이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을 생각하고 바라보며 내 삶을 그에 비춰보고 관조해 볼 수 있게 한 점은 좋았다. 꼼지가 읽고 있길래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 했던 책이다. 여성 연구자의 대중서라는 점과 식물연구 이야기가 주된 주제라는 점이 끌렸기 때문이다.

랩소디 인 베를린, 구효서

이미지
언니가 나에게 선물해 주었던 책이다. 읽은 것 같긴 한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다시 정독 했다. 한국책은 주로 아침 녘에 식탁에서 잠깐씩 짬을 내서 읽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 10월에 한국에 가야 했기에 그 전에 다 읽으려고 속도를 내었다. 바로크 시대 인물은 바흐를, 20세기 주인공은  윤이상을 모티브로 한 책이다. 통역가인 화자와 이야기속 인물들의 숨겨진 사연을 밝혀내는 인물은 작곡가였던 주인공의 일본인 옛연인이다. 이 복잡한 시간 설정과 인물들의 얽힌 관계를 쫒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바로크 시대의 음악과 그 음악적 인물에 꽂힌 20세기 작곡가의 상념과 열망을 읽어가는 건 음악 전공자인 나에게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두 번 읽으면서 훨씬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종국에는 구효서라는 작가가 이 작품을 쓴 동기와 과정이 궁금해졌다. 언젠가는 구효서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고, 기회가 온다면 이 책과 관련된 작가의 사연을 들어보고 싶다.

조성진 독주회1

이미지

문득 생긴 마음 잡아두기

 지나온 일을 자꾸 되돌아보게 된다. 음악 때문일까, 쇼팽 발라드 2번을 치다가 문득 다시 열정이 솟았다. 돌아보면, 대부분 짧았던 경력은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 하나는 지겨워져서. - 다른 하나는 계속 할 자신이 없어서. 앞으로 무슨 일을 시작했다가 그만 둔다면 또 이 둘 중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런 생각 때문에, 앞으로는 아예 일을 할 생각을 말자, 일을 하더라도 많이 자유로울 수 있는 일을 아주 최소한으로만 하자 싶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일반인으로 다시 한국근현대음악관 관련 일을 할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맡으면, 책임지고 온 심혈을 기울여 실수 없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늘 괴롭고 힘들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일을 해도, 실수도 하고 마음의 여유도 부려 봐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지금까지는 한번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으니, 죽기 전에 그렇게 일하는 경험을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 죽기 살기로 말고, 즐기면서 일해보는 경험. 이렇게 뭔가 목표나 계획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하나씩 그걸 위해 징검다리를 놓게 되는데, 이번에도 그랬으면 해서 이 글을 쓴다. 지금 이 마음을 흘려 보내지 말고 기억하면서, 한번 해보라고...

WHERE THE CRAWDADS SING (2022)

이미지
한국 제목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다. 2018년 출판된 델리아 오언스의 소설을 영화화 했다. 친구가 우연히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영화로 나왔다며 보라고 했다. 찾아보니 넷플릭스에 있어서 바로 볼 수 있었다. 한 여성의 삶과 위기,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재를 Crawdad라고 하는지 새로 알게 되었다. 가족 모두가 떠나버린 습지의 집을 평생 혼자 지켜간 여성의 삶이 흥미로운 영화였다. 외로움과 두려움을 딛고 삶을 지속해간 주인공은 마치 영웅에 비견할만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침내 삶을 후반을 아름답게 가꾸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동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로 끝을 맺어 좋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원작자 델리아 오언스는 한 인터뷰에서, '사랑은 삶을 지속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영화만큼이나 그의 이 말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의 말처럼 사랑이 있다면 삶이 더 행복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힘차게 살아갈 수 있을 거다. 이 소설과 작가에 대한 논란도 있고, 이 작품에 대한 비판도 있는 듯한데, 나는 영화가 나름 재미있었고 내 삶을 이리 저리 반추하게 했으므로 그걸로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