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3일 일요일

나의 사랑, 아이폰 5

내 인생에서 컴퓨터만큼 나의 일상생활을 혁신적으로 바꾼 기기가 있다면 그건 아이폰이다. 처음 아이폰을 산 건 오스틴에서다. 생전 처음으로, 전화기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구매자 중 하나가 되었고 텍사스의 뙤약볕을 감내하며 첫 아이폰을 손에 쥐었다. 그 후로, 아이폰은 내 몸의 일부가 됐다.

작년 늦가을 무렵에는 새로 나온 아이폰 5을 사달라고 꼼지를 졸랐다. 매장에선 살 수도 없었고 인터넷에서 주문을 하고도 몇 주를 기다려서야 받을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 보완되어 나온 첫 제품이었다. 아이폰 5를 사람들은 혁신적인 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래도 물건은 없어서 못팔지경이란 소식이 들렸다.

아이폰 5를 받아 본 나는 겉모습은 다른 점이 없어 보여도 더 빨라지고, 더 선명해지고, 더 편리해진 변화에 만족했다. 이제 한 세 달 여가 되었는데, 특히 내가 아이폰에서 가장 즐겨 쓰는 지도와 사진, 그리고 음악듣기 기능에서는 대만족이다.

지도는, 원하는 곳을 가는 몇 개의 다른 길도 사용자가 임의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네비게이션이 대용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정확하고 쓰기 쉽게 되어 있어서, 요즘은, 차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정보 활동이 아이폰 하나로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다.

사진과 동영상 찍기도 선명도와 호환성, 기술성이 다 더욱 좋아졌다. 다른 어플리케이션, 예를 들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이메일, 메시지 등에서도 이동과 편집 저장이 나같은 '기기맹'자가 남편을 괴롭히지 않고도 혼자 알아내어 편리하게 쓸 수 있다. 즉, '이렇게 되면 좋겠는데....'하고 생각하고 무작정 해보면, 놀랍게도 그런 기능이 되는 거다!

음악 듣기는 말 해 무엇하랴. 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전화를 하는 걸 유난히 싫어 하는 편이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 집중력은 더 좋아지지만 귀에 부담이 되고 불편해서 나중엔 얼얼함을 느껴 가능한한 쓰지 않았다.

지금까지 아이폰을 쓰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던 것이, 아이폰 5를 갖고 부터 확 달라졌다. 이어폰을 수저 (아이폰!) 에 동행하는 젓가락처럼 늘끼고 다니며 쓰게 된거다. 이어폰의 모양 자체도 귀에서 아무런 부담이 없고 오래 끼고 있어도 느낌이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다. 소리의 깔끔함이나 명징함도 지금까지 써봤던 그 어떤 대중적인 헤드폰보다 월등하다.

게다가 이 모든 기능이 서로 잘 연관되어 있어서 서로 다른 기능을 쉽게 오가며 쓸 수 있다. 쉽고 편리한 호환성은 아이폰을 다중적이고 입체적인 생각과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정말로 딱 맞아서, 아이폰이 나의 개인 비서 같다는 말이 서슴없이 나온다. 그러니까 시리(Siri)는 아이폰 비서의 이름인거다. 음악이나 파드캐스트를 듣다가도 시리(Siri)에게 명령을 하여 다른 기능을 쓰다가도 다시 듣던 음악을 이어 듣는 게 아주 부드럽게 연결이 된다. 더욱 기대가 되는 건, 앞으로 이런 시리의 비서 기능이 더욱 더 발전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티비든, 컴퓨터든, 전화기든,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었고, 뭐 하나 쓰려고 보면 왜이리 복잡하고 모르겠는가 하던 나다. 애플 컴퓨터를 써보고 아이폰을 갖게된 이후로는 내가 기기에 관심이 없었던게 아니고 내가 원한 기기가 따로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애플의 예술적 감각과 디자인의 혁신은 단지 겉모양이나 그림에 있지 않다. '예술적 디자인과 기능'이라는 말에 하나로 압축된 기기라고 해야 할까.

사람의 생각과 삶은 예술과 떼어 놓을 수 없다. 방식에서도 형태에서도 본질적으로 같은 한 몸이다. 기술과 기능은 그런 '사람'을 어떤 특정한 물건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일꺼다. '사람 = 예술'이란 생각을  무시하면 사람에게 적합한 물건은 탄생할 수 없다.

지금까지 '기능'적이어야 좋은 물건이고 예술 활동의 기반도 '기능'에서부터, 즉 '쓰일 수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음악도 '예술'만 생각하고 '기능'을 생각하지 않으면 생존의 위기를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니, 좀 더 넗어지고 깊어졌다고 해야 겠다.

사람의 모든 '기능적'인 것들이 사람의 '창조적' 경향에서 진화해온 거라고 한다면, 기능과 기술을 목적을 포함한 사람의 모든 창조와 발명 자체가 '예술' 활동이자 그 결과물인거라고 해야한다. 그렇다면, '예술'적 사고와 착상에서 만들어진 어떤 물건이 물질적 성공에서 실패 하더라도 (잘 팔리지 못해 망한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조만간 '성공을 낳을 어머니'가 되는 걸테다.

결국 핵심은 예술적 사고, 예술적 상품, 예술적 사람 살이다. 이 모든 걸 위해선, '예술적 교육'이 절실하다. 그것이 예술에 대한 교육이던, 예술적 방식의 교육이던, 예술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던 간에.

아이폰 5에서 사랑스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시작한 글이 결국 교육으로 흘러 버렸다. 어젯밤 아이들 교육 문제로 내가 목소리를 높이고 꼼지가 화를 폭발해 집안이 한번 뒤집어졌던 탓인지도 모르지만^^;

댓글 4개:

  1. 아직도 음반은 씨디로 사서 속지도 봐야한다는 당신같이 아날로그적 인간이 iPhone을 무리없이 쓰는 거 보면서 스티브잡스가 천재인 것이 분명하다는 걸 다시 한번 몸소 알아봤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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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도 아이폰 없으면 못 살아! 요즘은 도서관 책, 오디오 북도 아이폰으로! 거의 중독 수준. 집착하면 안돼는데..... 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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