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8일 월요일

세영씨 방문

한국에서 온 올해의 첫 손님으로 꼼지의 후배 세영씨가 왔다. 미국 출장길 중에 사박 오일 정도를 우리집에서 묵었다. 텍사스에서 꼼지와 비슷한 시기에 공부를 하고 졸업을 했던 후배다. 혈액형을 물었더니 B형이라고 하는데 겉보기엔 소심한 A형 꼼지와 상당히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다. 키는 훌쩍 커서 덩치가 작은 편이 아닌데도 걸어다는 소리도 없을 정도로 있는 듯 없는 듯 움직여 다니는게 인상적이었다.

특별한 손님 대접 같은 걸 잘 못하는 내가 그저 평범한 상차림을 내놓을 때마다 맛있게 아무거나 잘 먹어 주었다. 먹고 난 후엔 깎듯이 인사를 붙이는 것도 고마웠다. 자기는 치우고 정리하는 건 잘한다며 자고 난 방 침대며, 마시고 난 찻잔까지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아래층으로 바로 들고와 치워주었는데, 이런 모습도 그 세대의 남자들 누구에게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라서 기억에 남았다.

세영씨에 관한 기억은 무엇보다 우리가 자동차 사고를 당했을때 일부러 오스틴 우리집에 문병을 왔던 일이다. 병원에서 퇴원해 하루 종일 집 침대 위에 꼼짝 못하고 누워 있었던 때였다. 그리 살가운 편도 아닌 사람이 선배의 부인인 내 병상 옆에 의자를 놓고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갔다. 그 때 내 부탁으로 공부하던 대학원에 휴학계 서류 내는 일을 대신 해 주기도 했었다.

어쨌든 세영씨가 그렇게 조용하고 깔끔하게 다녀 갔다. 서로 살갑게 대할만큼의 충분한 시간을 나누지 못한 사람인데도 왠지 찾아 와 준게 반갑고 고마운 사람이었다.

누군가 왔다 가면, 이제 또 언제 보려나 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정말 참하고 예쁘고 귀여운 부인과 아이 둘이 있는데 언제가 그 가족들과 함께 다시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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