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1일 목요일

<넌 내게 반했어>


막장 드라마 <다섯 손가락> 를 마지막으로, 한국 드라마를 안본게 언제였나. 최소한 몇 달은 되지 않았나 싶다. 몇 일전, 점심 먹으며 심심 하길래 <넌 내게 반했어>를 넷플릭스 (Netflix) 보기 시작했다.

일단, 밴드와 국악합주가 나오고 공연을 준비하고 올리는게 주요 소재라 택했고 주인공 남녀의 연기와 모습이 꽤 매력적이어서 계속 보게 됐다. 보다 보니, 주인공 '신'으로 분한 정용화가 상당히 멋졌다.

정용화가 멋있어 보였던 이유는 기타를 실제로 너무 잘쳤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 실력이 드라마를 기대 이상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정용화에 흥미가 가서 경력을 찾아 보았더니 씨엔블루의 리드 보컬이라 한다.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는 정용화를 일본이나 국제 시장에 상품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용화를 위한 작품'을지도 모르겠다. 정용화의 연주, 노래가 드라마의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아마도 드라마의 주제가 중 몇 곡은 정말 그가 작곡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극과 인물들에 잘 어울렸다.

드라마가 만들어진 배경이야 어떻든, 국악적 소재 사용도 상당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이었다. 극에서 사용된 밴드와 국악합주의 퓨전이 그간 이루어진 젊은 국악계의 여러 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대체로 '젊은이들에게도 잘 어울리는 전통음악과 악기' 이미지를 보여 주어 앞으로 만들어질 음악드라마나 뮤지컬에 좋은 텍스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극 중 마지막 뮤지컬 공연에서 라이브 밴드와 국악합주가 연주하는것을 볼때는 오래전 학전에서 보았던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도 떠올랐다.
 
음악인이자 연애인으로서 정용화란 인물, 그리고 본격적 음악연주와 젊은 국악에 대한 드라마적 접근이 좋았다는 점에서 <넌 내게 반했어>란 드라마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뮤지컬 드라마로는 전에 <뮤지컬>도 보았는데, 오히려 본격 뮤지컬을 담았던 드라마 <뮤지컬> 보다도 <난 네게 반했어>가 더 음악적 연기와 연주 면에서 더 나았다.
 그 외에, 이 드라마가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온 점 하나는, 내 나이 먹음을 분명히 깨닫게 해주었다는 거다. 드라마를 보는 나의 관심이 주인공에 머무는게 아니라 두 주인공의 부모들에게 쏠리는 걸 깨달았다. 예전 같으면 주인공에 주로 공감을 느꼈을 내가, 주인공의 모습에선 하늘이를 보고 내 모습은 부모에게 투영하고 있었던 거다.

주인공 신이에게선 내내 하늘이 또는 바다, 즉, 내 아들들이 겹쳐졌다. 신이의 엄마를 보면서는, '아, 나도 저렇게 덤덤하게 잘 기다려 주는, 그리고 아들을 한 걸음 떨어져서 그윽하게 바라봐 주는 엄마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들이 괴롭고 힘들때 아무 것도 해줄게 없는 드라마의 엄마 역할을 보면서, 저런게 엄마 또는 부모의 숙명이지 싶었다. 그저 곁에 있어 주고, 바라봐 주고, 기다려 주는 그런 엄마, 그런 아빠 말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청년 아들들의 엄마가 되는 이른 연습을 한 것 같다. 이제 아들들이 고등학교 마저 졸업하고 나면 진정 성인이 될테다. 그 때 그애들이 아픔과 상처를 겪는 걸 보면서 안달 복달하기 보다는 그걸 이겨내고 더 한층 성숙해질때까지 지켜주고 응원해 주는 엄마가 되어야 할테지

꼼지는, 결국 또 끝은 애들 얘기군......... 하겠지만...... <넌 내게 반했어>는 막장드라마에서와 같은 과도한 긴장, 갈등, 반전이 없어 심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나, 적어도 나에게는, 따뜻하면서도 '진짜 음악과 연주'를 부담없이 맛보게 해준 괜찮은 드라마였다.

댓글 1개:

  1. 이 드라마를 보고 결심한 거 한가지, 무슨 일이 있어도 기타를 언젠가 꼭 잘치고 싶다는 거! 그리고 가능한한 바다에게도 기타를 꼭 치게 하고 싶다는 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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