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연의 독주 부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피아노 반주자를 반드시 대동해야 한다. 그래서 1월 말 경이 되면 우리 지역, 미시건 3구역의 고등학교 학생들로부터 반주 요청이 온다. 올해에는 총 여섯 학생들이 나에게 반주 요청을 해 왔고, 경연 당일이었던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그들의 일곱개의 경연을 반주 하게 되었다.
학생 수보다 경연 수가 많았던 이유는 한 학생이 하나 이상의 독주 경연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나에게 반주를 부탁한 인도계 학생 애니샤 (Anisha) 가 올해에는 플룻과 바이올린 두 악기에 참여 했다. 작년보다 많은 수의 반주를 하게됐지만, 다행히 하늘이 바다가 이번엔 둘 다 바하의 무반주 곡들을 연주한 바람에 내 도움이 필요 없어서 내가 맡은 다른 학생들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바다, 피아노,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545, 2악장 연주 |
대기실 풍경 |
모든 경연이 학부모를 비롯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하늘 연주 듣는 중. |
하늘, 바흐, 무반주 첼로 1번. 연주 후 심사위원이 조언이나 짧은 가르침을 주고, 1-5급으로 평가를 한다. |
바다, 바흐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가보트와 론도. 부분별로 여러명의 심사위원들이 있는데, 하늘 바다는 같은 분이었다. |
경연이 있던 주의 날씨는 최악이었다. 특히 학생들 네 다섯 명과 연이어 연습이 잡혀 있던 수요일에는 눈보라가 너무 심해서 결국 낮에 잡혀 있던 UM-Flint (미시건 대학, 플린트) 성악과 학생의 렛슨 반주에는 갈 수조차 없었다. 차를 몰고 집을 나섰는데, 집앞 도로에 들어서기도 전에 차가 눈속에 처박혀 꼼짝을 안하는 거였다. 다행히 학교버스를 타고 돌아온 바다와 함께 차 밑의 눈을 치우고 겨우 밀고 땡기는 소란을 한 시간이 넘에 벌여서야 겨우 차를 다시 차고에 넣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경연 당일 날 날씨 는, 춥기는 했지만 아주 나쁘진 않았다. 정식 피아노가 아니라 전자 피아노에서 손을 풀 수 있는 기회도 전혀 없이 여러명 학생들의 각기 다른 음악을 반주하는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의 경우, 하늘이와 바다를 반주해 주느라 이 경연에서 피아노 반주를 해본건 몇 년 됐지만, 정식으로 보수를 받고 다른 학생들을 반주해 준건 올해로 두 번째다.
작년 보다는 좀 덜 긴장하고, 아주 조금은 익숙해 진것도 같다. 심지어 이번에는 사전 연습도 없이 연주 당일날 만나 갑자기 반주를 해주는 용기를 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학생들이 연주 결과로 등급을 받기 때문에, 가장 잘한 1급을 받지 못할때면 괜스리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경연에선 반주자로서 최악의 조건으로 연주를 해야 한다. 추운 날씨에 각 방 별로 불안정하게 준비된 디지털 피아노에서 건반 한번 만져보지 못한 상태에서 그때 그때 학생들을 찾아가 연주해야 하는 거다.
이번엔, 애니샤의 곡,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in A minor 1악장을 연주하는데 디지털 피아노 밑에 스티커로 고정된 임시 페달이 계속 앞쪽으로 밀리는 일이 있었다. 꽤 길고 쉽지 않은 곡인데다가 애니샤의 일정하지 않은 박자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정신인 없는 와중에, 곡을 시작한 직후부터 페달은 자꾸 내 발밑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누를 때마다 밀려나는 페달을 쫓아 다리를 계속 뻗어야만 했다. 결국 곡의 말미에 이르러서는 페달은 아무리 발을 뻗어도 다리가 닿지 않는 곳까지 가버리고 마지막 몇마디에는 페달 울림 없이 마무리 해야만 했다.
어쩌면 페달의 방향이 반대로 놓여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에도 전자 피아노의 임시페달이 불안정해서 연주 시작전에 꼭 확인해 보곤 하는데 이렇게까지 페달이 협조를 안해준 건 또 처음이었다.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려니 싶다. 이런 점에서도, 이 대회를 위한 더 나은 반주자가 되는 데는 충분한 사전 준비와 실력 뿐만 아니라 오랜 경험과 경륜이 필수적이겠다 싶다.
꼼지와 얘기를 나누면서 이번 경연에서 반주자로서 내 역할에 대한 전체 점수를 매겨 보았다. 함께 동의한 점수는 79.5점, 반올림 해서 80점이다^^. 좋은 점수는 아니지만, 지난해 보다는 분명 나아졌다고 믿는다. 계속 계속 하다보면, 학생들과의 교류와 연주를 모두 좀 더 즐기고 스스럼 없이 좋은 점수 또한 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멈추지 말고, 계속 헤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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