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칼촌 (College Station, TX) 와서 지내는 중이다. 지난 토요일 꼼지의 텍사스, 칼리지 스테이션 출장에 따라 나섰다. 비행기를 타고 휴스턴에 도착해 토요일 밤은 희진언니네 집에 묵었다. 일요일 아침 일찍 그 집을 나서, 우리가 10년 전 첫 발을 내딛었고, 힘들었던 미국에서의 첫 두 해를 보냈던, 칼리지 스테이션 (College Station) 에 도착 했다. 호텔로 가기 전, 꼼지가 졸업한 학교인 Texas A & M 을 둘러 보고 사진 찍으며 십 년 전의 그날들을 추억하고 감회에 젖었다. 어제 밤에 칼촌의 바이올린 선생님이자 한양대 선배인 난영 선생님 댁에서, 선화예고 선배인 석현 언니네와 더불어 식사 대접을 받았다. 여전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주신 그 두 부부가 새삼 반갑고 고마웠다. 대학 선배 난영 선생님 부부 댁에서 오늘은 난영 선생님과 석현언니와 또 따로 만나 함께 점심도 먹고 차도 마셨다. 그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걸 생각하고 느끼고 배우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 아들들에 대해서도 좀 더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하늘이 바다가 미국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잘 보내도록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큰 힘과 조언도 얻었다. 특히, 난영 선생님이 바다 연주 비디오를 보고 평을 해 주셨는데, 바다의 바이올린 교육에 대해 갈등하던 내게 결정적인 도움이 된 것 같다. 무엇보다 그동안 내가 바다의 연주에서 아쉽게 느꼈던 점들을 그대로 지적해 주셨다. 다음과 같은 점들이다: "활을 다 쓰지 않는다. 활 스피드의 문제다. 소리가 깔끔하고 명료하지 않고 날라간다. 다음과 같은 고전음악 작품들을 꼭 다 배워야 한다: 바하 콘첼토 1, 2; 헨델 콘첼토 1, 2; 모차르트 3, 4, 5; 바하 무반주 1번 아다지오; 바하 무반주 파르티타 1번; 랄로; 생상; 브루흐 등등" 선생님과 헤어져 호텔방으로 들어 오자 마자, FIM의 바이올린...
운동을 갈 계획이었다. 아침부터 북어국도 끓여 하늘 바다 아침 먹인다고 부산도 떨었다. 힘찬 하루를 계획 했던 마음이, 엄마를 보고도 아침 인사도 없이 차례로 인상을 구기고 밥을 먹는 두 놈을 마주하고 나서 사라져 버렸다. 구멍난 풍선에서 빠져나간 바람처럼 피시식, 그렇게 기운도 쭉 빠졌다. 아침 렛슨이 없어서 황금같은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오늘 아침은, 대신 침대에 죽은 듯이 뻗어 버리는 걸로 끝이 났다. 자식 걱정을 하고 자식 때문에 속을 썩는 걸 어떻게 하나 하나 다 나열할 수 있을까.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공부를 지지리 못한다거나, 정신을 못차릴만큼 이런 저런 사고를 친다거나, 불행 중 불행으로 어디가 크게 아프거나 한다면 이렇게 피시식 기운 빠지는 걸로 끝나지는 않겠지. 아이들이 아침 저녁으로 이쁘게 인사 좀 잘 안한다고 '애를 잘못 키웠나봐, 이래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쁨을 받으며 인생을 살까' 기운 쪽쪽 빠지게 걱정을 하고 아이들을 제대로 못키운 것 같은 마음에 자책하는 내가 진짜 우습단 거 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난 그런 '우스운' 엄마인걸 어쩌랴. 다만, 이런 아이들에 대한 걱정과 서운함이 오래 가지 않기를 바라고 노력할 뿐이다. 아이들 머릿속에는 온갖 다른 생각으로 꽉 차 있을 뿐이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엄마란 존재는 그저 청소 했을 때의 상큼한 기운 이상은 될 수 없단 걸, 아니 그 정도라도 되면 최고의 엄마겠지. 언제나처럼 내 마음의 도를 닦고 균형을 맞추는게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되새기는 중이다. 그래도, 인사 잘하기는 꼭 가르치고 말테다! 얍!!!
짧은 겨울 방학을 마치고 하늘 바다 학교가 시작했다. 더불어 나의 아침6시 기상도 다시 돌아 왔다. 꼼지의 새해 결심 중의 하나가 아침 6시 기상이라 어차피 아이들 아침을 챙겨 주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나에게 올 새해 맞이는 좋기만 하다. 꼼지를 아침마다 따로 힘들게 깨울 필요도 없을 뿐더러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추운 아침에 학교로 향하는 하늘 바다를 엄마 아빠가 함께 배웅해 주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애들이 학교로 떠나고 아침해가 조금씩 어둠을 걷어낼 무렵 완전무장을 하고 꼼지와 함께 눈덮인 집주변 단지를 산책했다. 길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혀 무척 미끄러웠다. 운동한답시고 나섰다가 미끄러져 다리라도 부러지는 낭패를 볼까봐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내딛었다. 그렇게 천천히 새벽 산책을 했는데도 한바퀴 돌고 나니 몸이 훈훈해 지는게 찬 공기도 상쾌하다. 돌아와 여전히 게으른 습관에 젖어 있는 몸을 달래려 침대에 잠시 누웠다가 꼼지 마저 학교로 향한 후 일어나 반신욕을 했다. 지난 몇년 간도 더 건강히 살자고 계속 다짐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정말 꼼지와 나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할 수 있을 테고, 커가는 하늘 바다와 함께 우리 삶의 후반기를 꾸려나갈 수 있을 테니까. 방학 내내 식구들과 붙어 있던 시간을 뒤로하며 혼자 찻집으로 향했다. 책도 읽고, 생각도 정리하고, 마음도 고르는 나만의 시간을 만드는 것, 이 또한 올 해도 계속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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