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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 때

아무리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살자 해도, 일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마음이 힘들 때는 불쑥 불쑥 찾아 올거다. 요즘이 그런 순간, 하늘이 1차 수술이 3월 5일로 잡혔다. 요 몇일 없던 두통이 생기더니 감정도 자꾸 일렁거렸다. 이럴 때는 물론 일상의 의욕도 확 떨어진다. - 우선, 내 증세를 감지하고 상담자를 찾았다. 다행히 바로 연결이 되었고 내가 찾은 상담자는 한고비를 넘기게 해주었다. 행운이다. 감사하다. 3월 초로 계획해 놓은 Sedona, AZ 여행을 취소해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다시 마음이 돌덩이가 되었다. - 이번엔 다리 운동을 했다. 운동을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잠깐이나마 명상을 하니 신경이 쓰이는 다리 상태가 조금은 가벼워진 듯하다. - 닥친 일을 일단 미루고, 즐거워질 수 있는 일을 먼저 하기로 한다.: 라면 먹으며 영화 보기. - 신라면 블랙을 선택해서 먹으며 영화 <Enola>를 봤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독립적인 여성이 주인공으로 호기심과 추리가 이어지는 영화다. 영화의 분위기도 어둡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가볍지도 않다. 보면서 마음에 조금 힘이 생겼다. 긴급 처치를 통해 생긴 힘으로 1층으로 내려왔다. 이제 일과인 피아노를 좀 칠 수 있을 거고, 스프링 일도 좀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긴급 처치 중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렇게 글로 풀어 놓고 기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늘이 수술을 결심하고 곧 실행한다는 것도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Sedona 여행은 취소하지 않는 걸로 마음을 먹었다. 향후 10년을 바라보며 한국에 거처를 확정하고 미국 거처는 하늘이네랑 합치는 방안도 떠올랐다. 지금의 생각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나, 일단 기록 삼아 남긴다.

사람에게서 배우다_새라와 주황

자식들이 독립하고 두 내외가 남은 집에서 집순이가 된지 몇년이 되어간다. 식구가 없는 살림을 하니 의무가 아니라 소꿉장난 하듯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새라와 주황을 보며 이런 마음이 더 힘을 얻었다. 꽤 많은 학생들이 있는 피아노 스투디오를 겸하며 알뜰살뜰 살림을 하는 새라 집에 몇번 방문을 했었다. 아기자기한 살림살이며 칼각으로 정돈된 피아노 방, 맛있는 음식과 차를 즐거운 수다와 함께 내주는 새라가 신기하고 놀라웠다.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살림살이가 재밌고 보람 있다고 했다. 부럽고도 좋아 보였다. 나도 새라처럼 즐겁게 살림을 할 수 있을까. 국선 변호사였던 주황은 작년에 판사가 되었다. 일과 가정을 오가며 바쁘게 살았던 주황은 더 바쁘게 살게 되었다. 정신없는 생활 속에서도 항상 여행과 독서, 첼로 레슨과 여타 관련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이다. 늘 밝은 에너지를 충천하고 일과 몸의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도 본인의 업무와 개인의 휴식을 일과로 이어가는 사람이어서 그를 만날 때마다 내 자신이 힘을 얻고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어제 저녁에 미루어 놓고 잔 설거지를 아침에 하면서 새라와 주황 생각이 났다. 전 같으면 쌓이고 미뤄진 집안일을 하며 짜증이 솟아 오르고 기분이 나빴을 텐데, 오늘 아침 밀린 설거지와 부엌 정리가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소꿉장난’ 으로 생각하는 나를 발견했다. 세상은 더 어지럽고 불확실해지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대통령이 싼 똥으로 얼룩지는 탄핵국면이고 극단주의자들은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미국 역시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서 파시스트들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암흑의 세상을 향해 달려가려 한다. 이런 중에 나는, 우리 가족은, 우리 공동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은 일상의 작은 일을 쉼없이 이어가야겠지. 굴하지 않고 매일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마음으로.

2025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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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e backyard bird chronicles by Amy Tan 하늘 바다가 지난 연말 선물로 주었다.  자식들에게 받은 기억에 남는 첫 책선물이다. 애들 어릴때 자주 갔던 반즈앤노블에서 엄마를 생각하며 샀다고 한다.  Joy Luck Club 의 저자가 쓴 새 그림이 많이 담긴 책이다.  하늘 바다가 자필 서명까지 해서 주어서 깊이 감동 받았다.  눈물이 글썽했다. 내 자식들 삶에 평생 함께 하였으면 했던 게 음악과 독서다. 드디어 내가 바랐던 바를 다 이루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뭘 더이상 바라겠나. 아이들이 나에게 준 사랑을 만끽하며 올 한해 즐겁게 읽어야겠다. 2. Beasts of a little land by Juhea Kim 톨스토이 문학상을 받았고 한국계 미국 작가가 쓴 일제강점기 군상들에 대한 이야기다. 특이하게 독립군과 함께한 기생들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롭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언니와 함께 항일가요 공부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지금, 나에겐 의미있는 독서가 될 듯하다. 현재 30% 정도 읽고 있다. 3. Music in the castle of heaven by John Gardiner  은윤이랑 함께 읽고 있는 책. 다 읽으면 독일 여행 가기로. 올해도 계속 함께 읽을 예정이다. 현재 6장을 읽고 있다. 올해도 독서는 내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 될거다. 독서모임을 다 그만 두고 혼자 읽는다. 그러나 보면 언젠가 또 좋은 독서 동료들도 생기겠지. 조금 더 자주 많이 책을 읽어야겠다.

2025 새해 액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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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가족이 새해 맞이 잘 했다 싶었는데 사고가 생겼다. 무릎이 아파 운동을 하려던 것이 treadmill 러닝머신에서 넘어진거다. 양쪽 무릎이 심하게 다치고 까졌다. 한 이틀 버티다가 붓고 너무 아파서 urgent care 갔다. 아프면 내가 얼마나 이렇게 더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짙어진다. 액땜인가. 어두운 마음이었는데 한참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엉망진창으로 시작한 2025년이지만 친구도 나도 작년보다는 나은 한 해, 조금이라도 더 평안한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