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서 배우다_새라와 주황
식구가 없는 살림을 하니 의무가 아니라 소꿉장난 하듯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새라와 주황을 보며 이런 마음이 더 힘을 얻었다.
꽤 많은 학생들이 있는 피아노 스투디오를 겸하며 알뜰살뜰 살림을 하는 새라 집에 몇번 방문을 했었다.
아기자기한 살림살이며 칼각으로 정돈된 피아노 방, 맛있는 음식과 차를 즐거운 수다와 함께 내주는 새라가 신기하고 놀라웠다.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살림살이가 재밌고 보람 있다고 했다.
부럽고도 좋아 보였다. 나도 새라처럼 즐겁게 살림을 할 수 있을까.
국선 변호사였던 주황은 작년에 판사가 되었다.
일과 가정을 오가며 바쁘게 살았던 주황은 더 바쁘게 살게 되었다.
정신없는 생활 속에서도 항상 여행과 독서, 첼로 레슨과 여타 관련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이다.
늘 밝은 에너지를 충천하고 일과 몸의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도 본인의 업무와 개인의 휴식을 일과로 이어가는 사람이어서 그를 만날 때마다 내 자신이 힘을 얻고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어제 저녁에 미루어 놓고 잔 설거지를 아침에 하면서 새라와 주황 생각이 났다.
전 같으면 쌓이고 미뤄진 집안일을 하며 짜증이 솟아 오르고 기분이 나빴을 텐데, 오늘 아침 밀린 설거지와 부엌 정리가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소꿉장난’ 으로 생각하는 나를 발견했다.
세상은 더 어지럽고 불확실해지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대통령이 싼 똥으로 얼룩지는 탄핵국면이고 극단주의자들은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미국 역시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서 파시스트들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암흑의 세상을 향해 달려가려 한다.
이런 중에 나는, 우리 가족은, 우리 공동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은 일상의 작은 일을 쉼없이 이어가야겠지. 굴하지 않고 매일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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