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오년 전 사고 당한 왼쪽 다리와 발이 전에 없이 심하게 아파 괴로왔다. 한의사인 친구 남편과 화상 통화로 혈자리를 마사지 하면서 겨우 통증이 가라 앉았다. 그러더니 이번엔 꼼지가 한국 가고 난 직후, 목이 살살 아파 오는게 감기 기운이 도는 것 같다. 이게 다 계절이 바뀌는 탓인가...
어쨌든, 병 나는건, 병이 나서 앓아 눕는 것보다도 싫어서(!) 비타민도 먹고 콩찜질도 하고, 밤에도 일찍 눕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아침에 다시 눕고 오후에도 또 눕고... 그랬다.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도, 어제 오늘 애들에게 버럭 버럭 화를 내었다. 상태가 여전히 안좋다는 증거다.
이제 막 아침 윌리엄과 프리실라 렛슨을 마친 참이다. 찌뿌둥한 몸과 맘 때문에 한 이틀 악기 연습을 제대로 못했는데 아무래도 연습은 또 미루고 나갔다 와야 할까 보다. 기분 전환이 되어야 아이들에게 신경질 안내고 밥해 주지 싶어서 말이다. 요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하늘이와 바다 밥 잘 챙겨 주는 일이니까.
애들이랑 티격태격 하고 나면 여지 없이 내가 우리 애들 만 했을 때가 떠오른다. 나는 어땠나. 나는 엄마한테 어찌 했던가. 그리곤 그 시절 기억이, 그리고 엄마 기억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래서 더 애들과 잘 지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너무 많은 기억들이 한꺼번에 몰아치면 감당하기 힘들어지니까.
에고 바람 쐬러 나가야 겠다..... 그래야 오후에 있는 렛슨도 잘하고 하늘 바다에게 다시 정상적인(^^) 엄마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ㅎ
2012년 9월 27일 목요일
2012년 9월 22일 토요일
친구 윌리엄
윌리엄 (William) 은 65살의 시카고 태생의 흑인 아저씨다. 취미로 연주하는 더블 베이스를 두 개나 가지고 있을 만큼 음악을 사랑한다. 커다란 체구에도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면이 많고 거리감이 없을 뿐 아니라, 솔직하면서도 친절한 성격을 가졌다. 한 이년 전쯤 플린트 음악학교 어른 현악 합주반에서 우린 금방 친구가 됐다. 그 이후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만나며 함께 연습도 하고 수다도 떨었다.
작년 언제인가부터는 우리집에 일주일에 두번씩 렛슨을 왔다. 처음엔 내게 음악이론을 배우러 왔는데 그 이후로는 내가 그의 피아노 선생님이자 더블 베이스 연습 선생이 되었다. 레슨요일이 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는 정확한 시간에 우리집 문을 두드렸다. 늘 내 이름을 "Hyun Soo~"하고 또박 또박 정확히 발음하는 그는 렛슨이 끝나고 돌아갈 때면, "Thank you, Hyun Soo~" 하며 고개 숙여 한국식 인사를 붙이곤 했다.
그러던 윌리엄이 몇 달전에 뚜렷한 이유도 없이 나에게 렛슨을 그만 오겠다며 발길을 끊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궁금 하기도 하고 걱정도 돼서 몇 번의 이메일도 보내 보고 몇 번 점심 약속을 제안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윌리엄은 요지부동 답이 없었다.
얼마 전, 윌리엄이 자주 찾는 플린트의 현악기 상에 들릴 일이 생겼다. 그김에 주인이자 윌리엄의 친구이기도 한 마크 (Mark) 에게 윌리엄의 소식을 물었다. 그는 윌리엄이 암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그 이후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오로지 악기 관련 일이 있을 때만 잠깐 자기를 찾아 온다고 했다. 그 동안 여러가지 검사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단다.
고민이 됐다. 마크에게 소식 들었다면서 이메일이라도 보내야 할까, 편지에 뭐라 말을 해야 할까 막막했다. 집에 직접 찾아 가는게 더 나으려나 싶기도 했다. 그렇게 몇일 지났는데 윌리엄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다시 렛슨을 오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언제라도 오라 했다. 윌리엄 시간은 여전히 비어 놓았으니 대 환영이라고 했다.
다시 본 윌리엄은 그대로였다. 그는 그대로인데 난 마음이 아팠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따뜻한 우정의 포옹을 나누었다. 윌리엄은 한참을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풀어 놓았다. 생각지도 않았던 전립선 암 진단을 받고서 충격을 받은지 얼마 안되 정원일을 하다 오른쪽 발목이 부러져 깁스를 했다고 했다. 그 와중에 백 살이 되신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셨다. 급기야는 지난주 화요일에 백 세의 나이로 운명을 다하셔서 금요일엔 장례식이 열린 시카고에 다녀 왔다고 했다. 그 모든 일이 지난 몇 달 새에 한꺼번에 닥쳤다고 했다.
내가 사십 중반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담담히 윌리엄의 말을 받아들이진 못했을지도 모른다. 문득 나를 다시 찾아온 이유에 대해, 윌리엄은 백살 노모께서 늘 말씀하셨다는 "just live each day..." 라는 말을 지팡이 삼아 음악을 하루 하루 계속 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윌리엄은 10월 말에 앤아버 미시건 대학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수술 후에서는 여러 치료 때문에 다시 렛슨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래도 오늘의 렛슨을 즐겁게 하기로 했다. 그가 앞으로 몇 번이나 나와 함께 음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 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날에게 대해 생각하고 걱정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참이다. 윌리엄이나 나나, 그저 오늘 하루, 다음 한 번, 그가 오는 날, 그 날만을 충분히 맘껏 행복해 할 테다.
Flint Youth Symphony Orchestra 2012-2013
플린트 청소년 오케스트라 올 시즌이 시작되었다. 올해가 66번째 해라고 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이자 플린트 음악학교 (Flint Institute of Music) 의 교감인 토리 (Mrs. Torre) 선생님에겐 25년째 되는 해이기도 하단다. 토리 선생님은 올해의 첫 날 인사말에서도 플린트 음악학교가 미전역에서 8번째로 큰 음악기관이라는 언급을 잊지 않았다.
하늘이와 바다 내가 다 함께 참여하는 해로는 세 번째이고 바다에겐 10살 이후로 어느새 4년째가 된다.
하늘이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올해에는 일단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쉬겠다고 선언 해서 지난 시즌 말에 오디션도 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지 하고 있었는데, 새 시즌 시작 전에 극적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방학동안 한층 성숙해지고 자신감이 더해진 하늘이에게 안해서 좋을 것보다는 해서 좋은 것이 훨씬 많지 않겠냐는 아빠의 조언 통했던 것 같다.
지난 주에 열린 오디션을 지원했고 몇일 후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나에겐, 느린 걸음이더라도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그 애의 인생에 더욱 값진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시즌에는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과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 그리고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중심으로 연주한다. 바다는 지난 여름 블루 레이크 음악 캠프 (Blue Lake Fine Arts Summer Camp) 에서 드보르작 전 악장을 연주했던 터라 더 신이 났다. 그것도 똑같은 제1바이올린을 배정 받고서는 흥분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 외에도 하늘이 바다와 함께 오래전에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 <어거스트 러쉬 August Rush>의 주제곡도 연주 할 예정이다. 시즌마다 그렇듯이 열 곡 남짓한 곡들을 연주하게 될것 같다. 하늘이는 첼로 그룹에서 좀 더 편해진 모습이다. 내가 속한 비올라그룹도 작년보다 수가 조금 더 늘어나 충분한 소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늘이와 바다와 더불어 언제까지 이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는 날까지 머릿속은 비우고 마음은 음악으로 채울 요량이다. 하루 하루 쑥쑥 자라는 십대들을 증거하면서 말이다.
하늘이와 바다 내가 다 함께 참여하는 해로는 세 번째이고 바다에겐 10살 이후로 어느새 4년째가 된다.
하늘이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올해에는 일단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쉬겠다고 선언 해서 지난 시즌 말에 오디션도 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지 하고 있었는데, 새 시즌 시작 전에 극적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방학동안 한층 성숙해지고 자신감이 더해진 하늘이에게 안해서 좋을 것보다는 해서 좋은 것이 훨씬 많지 않겠냐는 아빠의 조언 통했던 것 같다.
지난 주에 열린 오디션을 지원했고 몇일 후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나에겐, 느린 걸음이더라도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그 애의 인생에 더욱 값진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시즌에는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과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 그리고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중심으로 연주한다. 바다는 지난 여름 블루 레이크 음악 캠프 (Blue Lake Fine Arts Summer Camp) 에서 드보르작 전 악장을 연주했던 터라 더 신이 났다. 그것도 똑같은 제1바이올린을 배정 받고서는 흥분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 외에도 하늘이 바다와 함께 오래전에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 <어거스트 러쉬 August Rush>의 주제곡도 연주 할 예정이다. 시즌마다 그렇듯이 열 곡 남짓한 곡들을 연주하게 될것 같다. 하늘이는 첼로 그룹에서 좀 더 편해진 모습이다. 내가 속한 비올라그룹도 작년보다 수가 조금 더 늘어나 충분한 소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늘이와 바다와 더불어 언제까지 이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는 날까지 머릿속은 비우고 마음은 음악으로 채울 요량이다. 하루 하루 쑥쑥 자라는 십대들을 증거하면서 말이다.
2012년 9월 12일 수요일
9월 어느날
여름과 가을의 사이, 바람이 젊은 청춘들처럼 상큼하다.
꼼지 생일 기념으로 꼼지가 일하는 대학에 놀러 왔다. 햇빛이 환히 비쳐 드는 대학 식당에서 학생들의 수다를 배경음악으로 점심도 먹고 꼼지의 연구실에 한가롭게 앉아 블로그 정리도 했다.
변화란 참 소중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하루, 한 주, 한 달, 그리고 계절의 변화가 있어 행복하다. 매일 매일, 살고 있다는게 점점 더 애틋 해진다. 이런 마음도 나이를 먹어 가며 얻는 선물이려니. 하루 하루 늙어지는 걸 기껍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일이다.
2012년 9월 11일 화요일
거대 호박을 수확하다!
미시건의 날씨가 꼭 한국 같다. 가을볕이 이곳도 미운 시어머니 같이 따갑다. 뜨거운 볕 덕분이었는지 뒷 텃밭의 호박 하나가 몇일 사이에 엄청난 크기로 훌쩍 자라 있어 깜짝 놀랐다. 여름 내내 자라는 둥 마는 둥 하던 두 그루의 토마토 나무에도 열매가 익어가기 시작해서 다문 몇 개씩이나마 맛을 보게 됐다.
아주 작은 텃밭인데도 그곳에서 수확해서 먹는 작물들 맛이 사다 먹는 어느 것 비길 데가 없다. 가을 볕 아래, 파도 밑둥이 튼실해지면서 제법 대파의 풍모가 난다.
겨울 눈이 내릴 때까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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