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선물
작년 11월경, 꼼지가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 5.3-foot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다. 피아노 오던 날 고등학교때 아버지가 친구분에게 돈을 빌려 사주셨던 삼익 그랜드가 있었다. 선화예고에 입학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전공하려면 그랜드 피아노가 있어야 겠다며, 넉넉치 않은 월급쟁이에 다분히 구두쇠형이신 아버지가 큰 맘 먹고 장만해 주신 거였다. 아버지 친구분의 돈을 빌려 사주신 이후, 아버지는 그 후로 오랫동안 그 돈을 갚아 나가셨던 것 같다. 그때 당시 삼백만원이 훌쩍 넘는 액수 였던 걸로 기억 한다. 그렇게 작은 내방을 차지하고 있던 그랜드 피아노를 결혼하고 한 참 후까지도 신혼집에 들여 놓지 못하다가, 결국 두 칸짜리 반지하방이며 시부모님과 함께 살던 상가 2층 집으로 어렵게 어렵게 지고 다녔다. 시부모님, 막내 도련님까지 함께 살던 집에서 하늘이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때다. 피아노 방을 쓰던 도련님이 없는 동안 오랜만에 피아노를 쳐보다가 이게 무슨 분수에 맞지 않은 짓인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피아노가 나에게 뭐라고, 그런 생각과 함께 애 낳고 앞으로 연주 할 일도 없을 내가 그랜드 피아노가 사는 데 뭔 소용이겠냐, 내가 함께 사는 가족에게 짐일 뿐이지 싶어 처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길로 조율사에게 전화를 해 평범한 중고 영창 upright 피아노와 삼익 그랜드 피아노를 교환했다. 그때 엄마와 아버지는 '네 것이니 네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만 하셨다. 그런데 그때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긴 했지만, 나이 먹어 갈수록 이 기억을 할때마나 마음 한구석이 결렸다. 버린 삼익 그랜드 피아노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엄마 아버지 마음을 나중에서야 제대로 헤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미안한 마음에 제대로 내색도 못했겠지만, 꼼지가 많이 안타까워 하고 미안해 했다는 걸 안다. 꼼지의 결정도, 잘못도 아니었건만, 나이 먹어 함께 늙어 가면서는 간혹 농담 삼아 '돈 벌어 그랜드 피아노 사주마'...